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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대형 웹에이전시, 2003년을 넘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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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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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웹에이전시 선두로 자리를 잡았던 H회사가 지난해 문을 닫았다. 사업초기 합병과 투자를 통해서 웹에이전시 산업의 중흥을 꿈꿔왔지만 자금난과 수익의 한계로 인해 종말을 맞은 것이다. 이 여파로 인해 2003년 소위 대형 웹에이전시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몇몇 대형 웹에이전시는 조만간 문을 닫을 거라는 소문도 흉흉하다.

지난해 말 필자가 국내 유수 SI 업체의 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러한 웹에이전시의 경영 한계에 대해 얘기가 오간 적이 있다. 젊은 나이에 상당한 제작/기술 능력과 기획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많은 웹에이전시가 왜 기업 경영에 한계를 갖고 있는지를 집중 논의했다. 대형 SI 기업이 말하는 웹에이전시의 한계는 이렇다.

첫째, 조직적인 협업 능력의 부재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젊은 혈기와 탁월한 각종 툴 운영 능력, 몇일 밤을 새워도 지칠줄 모르는 체력이 있어 SI기업중 누구보다도 탁월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혼자서 일해왔고 경험이 미천해서 누군가와 같이 일하는 부문에서는 상당한 곤란을 겪는다는 것이다.

웹에이전시가 대형화되면서 일이 세분화되고 이에 따라 팀들이 새로 만들어진다. 그로인해 혼자서 하던 일을 몇몇이 나눠서 해야 하고, 개인의 아이디어보다는 회의를 통한 합의와 아이디어가 중요하게 됐다. 그러나 이런 조직적인 결합은 개인의 능력을 위축시키게 되고 개개인의 마찰이 업무 지연과 비능률을 낳게 된다고 한다.

둘째, 조직 관리 능력의 한계이다. 구성원 전부가 일 중심의 실무자로 구성돼 있고 다년간의 조직 관리 능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조직이 방대해지고 고객의 요구 사항이 난항을 겪게 되면 많은 조직원들이 업무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결국 인건비가 가장 많은 비용으로 자리잡고 있는 웹에이전시의 인력 가동률이 낮아짐으로 인해 결국 손해보는 프로젝트가 돼버린다고 한다. 흔한 말로 앞으로는 남는 것 같은데 뒤로 밑진다는 얘기이다.

셋째, 영업력의 한계이다. 웹사이트 구축에 있어서 기업 고객의 업체 결정권은 대부분 부장 정도의 선에서 갖고 있다. 따라서 젊은 웹에이전시의 영업력은 초기에는 경쟁력면에서 충분했다.

하지만 대형 SI급 프로젝트는 임원 이상의 결정권을 요구한다. 따라서 젊은 아이디어와 인맥으로는 좀처럼 채택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게 된다. 다년간의 조직 관리 능력과 경험, 그리고 안정된 영업 체계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밖에 없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아직 체계화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하고 인맥이 많지 않은 대형 웹에이전시가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그럼 '과연 세 가지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한다. 조직적인 협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인력 가동률을 증대하고 영업력을 확보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아쉽게도 필자가 얻은 답변은 세월이라는 단어로 함축됐다. 갑자기 새롭고 합리적인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당장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높은 고액의 연봉으로 경영과 영업을 구성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몇몇 웹에이전시가 이런 시행착오를 겪었다. 결국 안정적이고 단계적 성장이 중요하며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얻어져야 탄탄해진다는 말이다.

닷컴 기업의 수익 한계는 너도나도 닷컴기업을 웹에이전시 사업으로 이끌었고 대형 웹에이전시의 몰락으로 나온 인력은 또 다른 웹에이전시를 창업하게 되고, 이들의 과당경쟁은 수주금액을 낮추게 됐다. 또한 기업 고객의 무분별한 요구사항과 지루한 의사결정 체계는 프로젝트를 지연시켜 수익을 악화시킨다. 세월이라는 해답을 기다리기에는 시장 상황이 열악하다.

그러나 웹에이전시는 국내 인터넷의 부흥과 같이 성장하였고 일확천금을 꿈꿨던 다른 닷컴기업과는 달리 수주기반의 안정적인 수익과 능력을 배양해왔다. 기술 중심의 SI업체와는 달리 마케팅 기획과 참신한 아이디어, 그리고 탁월한 디자인으로 시장을 일궈왔다. 특히 최근에 일고 있는 온라인 브랜딩에 대한 전개 능력을 가장 잘 보유하고 있는 기업체라고 생각한다. 기술과 마케팅, 그리고 표현된 디자인이 만나는 정보산업의 교차로에 위치해 있는 기업군이다.

잦은 인력 이동을 지양하고 무리한 가격 경쟁을 삼간다면 충분히 성장 가능한 기업 모델이다. 무리한 조직 성장과 허무맹랑한 사업 확장을 자제한다면 전문 분야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최근 기업고객들이 단발의 아이디어보다는 웹에이전시의 안정성과 역량에 기초해 업체를 선별하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시작이다. 또한 10여 개 이상의 업체를 무작정 불러 놓고 끝없는 욕심의 RFP(request for proposal)를 설명하는 기업고객에 대해 건실한 웹에이전시들이 외면하고 있다.

2003년, 모든 기업에 있어 좀더 효과적인 웹사이트 전략이 세워지고, 역량있는 웹에이전시들의 성장이 기대되는 한 해이다.

김재언 (인스팟 대표이사)
* 웹프렌즈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3-10-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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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nicky님의 댓글

  • nicky
  • 작성일
'기술과 마케팅, 그리고 표현된 디자인이 만나는 정보산업의 교차로' 움.. 이 표현 좋쿵요

nicky님의 댓글

  • nicky
  • 작성일
2003년이야 넘어 가겠지요.. 시간문제니까..단 에이전시들이 눈높이를 좀 낮추고 인간적인 관점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칼린님의 댓글

  • 칼린
  • 작성일
인간적인 관점이라함은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김은혁님의 댓글

  • 김은혁
  • 작성일
절반 가격에 덤핑을 치고 들어오는 업체도 있더군요. 정말 기가 막혀서..... 그냥 하지 말까 하다가 워낙 거래한 지가 오래된 업체라서 그냥 하긴 했는데 결국 서로간에 감정만 상했죠. 제 가격을 받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덜은 제발 웹에이전시 차린다고 나서지좀 않았으면 좋겠네요...

알려드립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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