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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 떠난 빈자리…UFO가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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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민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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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 떠난 빈자리…UFO가 메운다
종말론과 결부져 신흥종교 부상…고학력자 70% 존재 믿어



요즘처럼 세상이 갑갑할 때 우린 차라리 미지의 세계를 그리기도 한다. 때론 이런 태도가 패배주의자의 현실도피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땅에 산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 하늘 한번 올려다보는 자유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타계한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과학이 몰아낸 신의 자리를 비행접시가 메우는’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 미확인 비행물체)의 유사 종교화 현상을 우려한 바 있다.

UFO 숭배의 극단적 사례 ‘천국의 문’

지난 97년 헤일-봅 혜성이 지구에 근접한 직후 교주 마샬 허프 애플화이트를 비롯한 ‘외계인의 친구’ 39명이 “외계인을 맞이한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천국의 문’(Heavens Gate·70년대 초반에 많은 신도를 모아 주목을 받았지만, 76년부터 잠복기에 들어갔다.

90년대 초반 다시 나타났고 웹 페이지 디자인 회사를 만들어 교단을 유지해 나가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사건은 칼 세이건이 경고한 이른바 UFO 컬트(UFO 또는 외계인 숭배주의)의 극단적 사례다.

이런 맹목적인 광신 상태의 부당성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설사 고도의 외계 문명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자살을 통해 우리에게 오는 것이라면 고대 지구인의 원시적 희생제의와 다를 것이 없다.

‘천국의 문’은 현실에 절망한 나머지 신도 자신들이 스스로 창조해낸 아름다운 악령의 포로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그들만의 잘못인가.

악령의 가장 충실한 협력자는 두말할 나위 없이 인간의 소외를 극도화시키는 현대 사회의 모순과 병리다.

외계인은 이제 우주 저편에만 있지 않다. 그들은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부터 외계문명 관련 서적과 인터넷 웹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한반도 상공의 숱한 UFO 목격담과 체험담 속에서 우리는 외계인과 그들의 지구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어쩌면 한국의 어느 무당집 신당에 맥아더 장군, 박정희 대통령과 나란히 외계인의 신상이 모셔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의 성인남녀 30%, 고학력자의 70% 이상이 UFO의 존재를 믿고 있다는 조사와 10여만명으로 추정되는 외계문명 관련 서적의 독서 인구는 UFO가 이제 우리의 의식 속에서 실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행스러운 것은 적어도 현재의 한국에서는 ‘천국의 문’과 같은 극단적 UFO 광신의 조짐은 미미하다는 사실. 물론 전문가들은 UFO 현상에 대한 광신적 경향이 출현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UFO 체험자들은 크게 UFO나 외계인을 직접 보거나 만났다고 주장하는 직접 접촉 그룹과 외계인과 교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간접 접촉 그룹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직접 체험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3백만명을 넘는다는 조사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목격 체험은 많지만 직접 만났다거나 외계인과 교신하고 있다는 주장은 많지 않다고 한다.

국내에서 공개적으로 UFO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나 개인으로는 UFO협회(www.ufo.or.kr)를 비롯해 한국 라엘리언 무브먼트(http://koreacoc.hypermart.net), 미내사(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줄임말로 신과학이나 뉴에이지 운동을 중심으로 미래 및 외계문명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모임), 한국정신과학회 일부 회원, 그리고 자동 기술로 외계와 교신한다고 주장하는 국제우주의식 중앙회를 비롯한 채널러(외계인과 텔레파시로 교신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총칭)들이 있다.

특히 민족 종교인 증산도(www.jsd.or.kr)가 외계문명의 존재를 교리적으로 받아들이는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대개 UFO 현상을 증거 중심으로 해명하고자 하는 그룹과 종교적 색채를 띠는 그룹으로 나뉜다.

UFO 현상을 가능한 한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그룹으로는 UFO협회가 대표적이다. 이 단체 회원들은 대부분 UFO의 실제 가능성을 믿고 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UFO 체험의 11% 정도만이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받는 점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더 논리적 정합성을 갖춘 사례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종교적 색채가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라엘리언 무브먼트는 지구에서 4광년 떨어진 다른 태양계의 한 행성을 방문하고 왔다고 주장하는 프랑스인 클로드 보리롱(일명 라엘)이 지난 75년 창시한 것으로 전세계 84개국에 4만여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다.

라엘은 외계 행성에 고도의 문명이 존재하며 지구는 외계인이 가꾼 ‘정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언젠가 때가 되면 이들이 지구를 방문하여 인류에게 궁극적 평화와 영생의 길을 열어주는데, 인류는 그 때를 대비해 형제애와 비폭력, 평화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외계인의 실존을 나름대로 제시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외계인 대사관을 건립해 화제를 뿌리기도 했지만, 인간 복제가 가능하고 또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UFO 현상 연구가로 알려진 맹성렬(한국전자통신연구원 공학박사)씨는 UFO 현상의 종교 심리학적 측면에 주목한다.

UFO의 실존 여부와 관계 없이 UFO를 우상시하거나 종교화하는 경향은 중세의 전투적 메시아니즘이나 마녀 사냥과 동일한 동기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특히 종말론과 결부되면서 UFO를 구원의 대상으로 격상시키는 행위는 세기말적 현상의 반복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UFO는 착시현상이거나 심리적 집단 무의식의 작용에 불과한 현대판 미신인가. 이 질문에도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기엔 너무나 많은 UFO 실존의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생명체 확인 발표 등 현대 우주과학의 발달은 지구 밖의 생명체 존재에 대한 실제적 암시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는 외계인이 가꾼 정원?

그러나 많은 일반 사람들은 외계문명이 존재하거나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정답이 어느 쪽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UFO는 신비적 대상으로 쉽게 옮겨갈 수 있다.

맹성렬씨는 정확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어떤 나름의 체계적 논리와 대중적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이 UFO나 외계문명을 종교적 대상으로 삼고 나올 경우 그 전파력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천국의 문도 그런 사례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예측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무 일 없이’ 21세기가 지나간다면, 즉 종말론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이런 신비주의적 경향은 급속히 세력을 잃어갈 것이란 점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닐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한다. 초과학적, 초역사적 현상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되지 않은 채 인류가 여전히 핵전쟁의 공포와 반문명적인 환경파괴, 그리고 약육강식의 치열한 생존 경쟁의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새로운 형태의 제2, 제3의 ‘천국의 문’이 사람들을 유혹할 것이기 때문이다.



iweekly 129 2002.11.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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