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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따여사세상소리] 공팔순 여사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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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하늘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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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남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어난다.

전날 저녁에 왠수가 따로 없도록 그렇게 술을 마시고 들어와선,

"당신이 최고야" "야 왜 이렇게 이뻐졌어" 하며

너스레를 떠는데, 이젠 귀엽기까지 한 투정이 웃음만 나오곤 한다.



옆에 누가 있건 말건 잠시 아들와라 여보와봐 정신없이 말을 늘어놓고 나면 푸욱 잠에 골아 떨어져 방이 떠나갈 듯 코를 고는 왠수덩이.



그런 남편은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일어나 밥상을 기다린다.

TV를 보는 남편의 눈꼽낀 얼굴을 잠시 보고 나면 늘 해오던 것처럼 밥을 앉히고 국을 끊이고 밥을 떠서 상을 가져다 주면, 어제 술에 목이 메일만도 하건만 한 그릇을 너끈히 먹는 남편은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입곤 뒷산을 오른다.



술만 안마시면 건강 할 텐데, 술과 등산을 동시에 하는걸 보면, 오랜 세월 가져온 병인걸 어쩌랴?



남편이 나가고 나면 이제는 자식 차례다.

그러나 별로 챙길 건 없다.

남은 반찬에 국만 조금 뎁혀 밥만 떠놓으면 되니, 그나마 편하다.



밥을 먹고 나가는 거보다 안먹고 나가는 날이 더 많으니

"먹고 가라~"

한마디 침대에 누워서 할 뿐, 그 뿐이어도 좋다.

음… 미안한 내 자식, 밥 굶기는 애미가 되었네?



남편도 나가고 자식도 나가고 나면, 혼자 남는 시간 남은 밥을 먹는다.

남편 있고 자식 있을 때 밥 먹으라고 하면, 이 핑계 저 핑계로 별로 먹고 싶지도 않은 밥이 왜 남아있는 반찬을 보면 저절로 먹게 되는지 모를 일이다.



밥을 먹고 나니 만사가 귀찮네.

턱 하니 누워 TV 연속극을 본다.



"에유 저년 보게. 저 나쁜년"

"에구 불쌍한 것…"



매번 보는 똑 같은 내용에 지루할 것도 없이 빠져들어 드라마 속에 인물이 실제인양 혼잣말을 한다.



그래서 아줌마인가?



TV만 보면 아줌마라고, 질리도록 듣는다.
아침 드라마는 맨날 불륜에 이혼 문제만 나오는데도, 그걸 왜 보냐는 남편과 자식 성화도 있지만, 그래도 유일한 낙이 TV인걸?




사십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일하고, 남편 자식 뒤치닥거리 밖에 한게 없어 한심하지만, 그래도 가깝고 편한 낙이 TV보기이니.



언제 한번 즐길 마음이나 가져봤나? 노래방이면 최고지.
이제 들어가 잠이나 자야겠다.
언제나 자도 자도 졸리기 만한 공팔순 여사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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