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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미 세상돋보기] 파주보육원을 가다 - 정훈이와 함께 목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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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하늘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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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보육원을 가다 - 정훈이와 함께 목욕하기

paju_4.gif서울역에서 통일호 기차를 타면, 1시간 10분의 소요시간을 거쳐, 파주 역에 내릴 수 있습니다.

역을 가는 동안, 오늘 모임을 주선한 소소모(소년소녀가장을돕는모임)의 지키미이신 이재정님과 봉사활동을 하시는 몇 분과 함께 동행하였습니다.

파주역에 내리니 서울과는 다른 공기의 느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골길에 온듯 주변의 모습과 냄새가 한결 친근한 느낌입니다.

목적지까지 가기위해 버스를 타고, 20여분을 지나서 시내에 내려서, 걸어가니 어른 주위에 아이들이 정신없이 뛰어 노는 모습이 보입니다.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보니 서로 알고 있는 사이인 듯, 아이들을 잠시 데려가 달라는 부탁에 도착 전에 초등학생 저학년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걸었습니다.

아이들은 디지몬 딱지를 가지고, 나이가 많은 아이의 주위에서 한장 달라며 보채기도 하고, 자신이 가진 딱지의 주인공과 무기가 무엇 무엇이라며 자랑을 합니다.
맞장구를 쳐주며,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꼬맹이 녀석을 한손으로 잡은채 어느새 도착한 곳은 아이들이 밝게 웃는 사진이 보이는 파주보육원이었습니다.

paju_2.gif익숙한듯 사무실로 들어간 지키미님은 아이들의 엄마(아이들을 보살펴주는 선생님을 엄마라고 부른다) 인듯한 젊은 여자분과 몇마디 이야길 나누고, 하나둘씩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십여명 되는 봉사자들에게 한명씩 짝지어 주셨습니다.

오늘은 4~5세 되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천 목욕을 시켜주는 봉사날입니다.
여자분들은 손에 목욕주머니를 하나씩 들고 왔고, 남자들은 빈손으로 아이들과 함께 목욕하기로 한 것입니다.

제가 맡은 아이는 정훈입니다.
정훈이는 4살로 버섯돌이 처럼 모자를 푹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 버섯돌이란 별칭을 붙여주었습니다.
녀석은 제 손을 잡고, '안아줘' 라고 나즈막한 소리로 말했고, 전 잠시 안아준 후 내려놓고, '혼자서 걸어도 좋지'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아이들과 한명 두명씩 짝지어 차에 오르면서, 깨끗하고 단정하게 차려입은 채, 약간은 경직되었지만 그래도 익숙한 듯한 아이들의 이쁜 모습들이 오히려 당황스런 느낌을 주었습니다.

참 이쁘고 예의 바른 아이들이었습니다.
말도 잘 들었고, 별다른 투정없이 본인이 원하는 것을 나지막이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paju_1.gif차를 타고 가는 옆자리에 앉은 이쁘게 생긴 은영(여,5살)이나 앞자리에서 연신 뒷자리를 보며, 정훈이를 좋아한다고 하는 다섯살 여자아이 하늬(여)는 또래 아이들의 모습보다 더욱 이쁘고 얌전한 아이들로 생각되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금강산랜드에 도착하였습니다.
오랜만에 나오는지 아이들은 좋아하는 눈치였고, 함께 손을 잡고 건물 안에 들어섰을 때, 매점의 과자를 보곤, '과자,과자' 하며 여느 아이들처럼 보채기도 합니다.

'목욕 잘하면 과자 사줄거야' 란 말에 얌전해지는 정훈이를 데리고, 온천장에 들어가, 옷을 벗깁니다.
두터운 잠바를 벗기고, 겉옷을 벗긴 후 '자 이제 너가 벗어봐' 했더니, 정호는 잠시 물끄러미 절 보곤, 혼자서 윗 옷부터 벗어내고 아래옷을 벗어내기 시작합니다.

엉키는 옷 사이로 발과 손만 빼주고 나니 혼자서도 너무 잘 하는 녀석이 대견스럽더군요.

정훈이의 손을 잡고, 벌거벗은채 욕탕으로 향했습니다.
물을 보고 조금은 두려워하는 녀석의 손이 저를 꽉 잡아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안심시켜 주며, 따뜻한 물로 몸을 씻긴 후, 온탕으로 데려가 몸을 불리기로 합니다.

첨으로 어린아일 데리고 목욕하면서, 따뜻한 물에 대한 공포로 오들오들 떠는 정훈이를 앞다리부터 짚어놓고, 물을 적셔 적응 시킨 후에 윗몸을 담그고, 불안함을 떨쳐내기 위해 다리 위에 앉힌 후 서서히 물에 놓으면서, 온몸을 주물러 뜨거운 기운이 사라지도록 해주었습니다.

"뜨거워?" 란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응" 하던 녀석도, 몸을 주물러주며 물을 뿌려주었더니, 그제서야 "괜찮아" 란 말을 해줍니다.

적응 후엔 침착하게 몸을 잘 불도록 조용히 앉아 눈만 껌벅 거리고 있는 정훈이를 보면서, 부모 마음이란 것과 더불어 이 아이가 다시 보육원으로 향해 집단 속에서 행동해야 한다는 현실이 마음 아프더군요.

생각보다 잘 먹고 잘 입히고, 보육원 엄마들이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을 알지만, 매번 다른 사람의 손에서 때를 벗길 녀석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허전해져 옵니다.

타올을 들고 비누를 묻혀 온몸을 구석구석 씻기고, '자아 얼굴씻자' 란 말에 얼굴을 바짝 들고 눈을 꼬옥 감는 녀석의 모습이 대견하고 귀엽게 여겨집니다.

다른 봉사자들보다 먼저 나와 간단한 옷을 입히고, 베지밀을 사주니 단숨에 먹어버리고서, 멀뚱 멀뚱 바라보는 정훈.

뒤늦게 나온 봉사자 분에게 아이들 속옷을 받아 새로 갈아입히고, 옷을 입힌 후에 나오니,
과자 사준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는 정훈이가 '과자, 과자'라고 말을 합니다.
과자를 사주어도 될지 잠시 망설이고 있을 즈음에 괜찮다는 지키미님의 말에 과자를 사주니 너무나 맛있게 먹어대는 식성좋은 정훈이와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여성 봉사자들이 한시간 쯤 늦은 시간 뒤에 합류하여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왔을 때, 해는 늬엿늬엿 지고 있는 즈음이었습니다.

보육원 주위를 살펴보니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함께하고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리듯, 복싱체육관, 검도관, 농구대 등이 눈에 띄이고, 유치원 놀이방처럼 만든 방들도 보입니다.

아이를 저녁 먹도록 보내고 난 후에 주위를 돌아보면서, 내 손에 안겨 잠을 청하던 아이의 온기를 느끼며, 이렇게 이쁘고 귀여운 친구들이 좀더 나이가 자라면 겪을 힘겨운 생활들에 잘 적응해 나갈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paju_3.gif보육원을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에 다시 현실 생활에 적응하며, 잠시 아이들을 잊겠지만, 봉사라는 의미보다 아이들에게서 배우는 점이 더 많음을 느끼며, 우리 사회가 소외 받은 친구들에게 좀더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편견과 오해로 바라보던 생각들을 반성하며, 주어진 내 생활에 의미를 부여하며, 함께 나누는 마음이나마 실천하는 분들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고 얻은 하루 였습니다.

처음으로 만난 소소모의 자원봉사하시는 분들과의 저녁식사에서 그 분들의 선한 얼굴과 웃음이 아이들에게 힘이 되고, 사회에 따뜻함을 이루는 온기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인가 바라는 것 없이 참여해준 그들의 웃음이 초롱한 별만큼이나 빛나는 저녁이었습니다.



→ 2002/11/24

* 소소모 활동을 주관 하시는 지키미(이재정님)님을 비롯하여 함께 해주신 봉사자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도 좋은 활동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도움주고자 하시는 분 (후원가능)
소년소녀가장을 돕는 사람들의 모임 - 소소모 ▷ http://www.sosomo.com
파주보육원 ▷ http://www.pajukids.com/

원고 : 엘레맘필진 [ skyweb@elemo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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