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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오랜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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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민명기
  •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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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온 동네가 밥을 짓는 냄새로 가득찼다.
요즘 세상에 것두 밀폐된 가옥들로 즐비한
도심의 주택가에서 밥 짓는 냄새가
난다는 것은 드문 일로 받아 들여질 수 있다.

조금만 주의가 깊게 관찰하면
그런 냄새들은 가을이 되어야 넓게 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땅거미가 어둑해 질 무렵
밥 내음을 쫓아 집으로 달려 가는 어린 시절을
지내본 사람이라면
저 구수한 냄새는 해질녘 노오란 햇살과
길가에 핀 코스모스와 함께 떠올려야 제격이라는
사실을 금방 눈치 챌 것이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불고 밥 짓는 냄새가
온 동네를 가득히 감싸 온다.

문득 가을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사로 잡힌다.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노을을 보고 싶기도 하다.

가을엔 햇살 속에 들어 있는 캘빈 온도가
떨어진다. 빛은 캘빈온도가 떨어질 수록
붉은 빛을 강하게 내어 뿜는다.
가을의 노을이 아름다운 이유엔 이런 따위의
조금 딱딱한 과학적 법칙이 숨어 있기도 하다.

언제인가 통일전망대에서 일산으로 넘어 오던
자유로에서 보았던 태양이 떠오른다.
영화 타이타닉의 마지막 연주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조용히 자유로를 타고 넘던
작은 지프 차속이 떠오른다.

나는 늘 아름답게 살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허위와 가식과 집착이 없이
평온과 단란함과 화목과 안정과 그리고
사람에 대한 사랑이 존재하는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많은 말들 속에서가 아닌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생활을 영위하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초원의 집을 기억할까?
물론 초원의 빛에 나오는 나탈리 우드의
열정적이며 이단아적인 삶을 꿈꾸기도 하지만
내가 늘 바라고 꿈꾸는 것은 텔레비젼 영화 초원의 집에
나오는 그런 생활 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아프리카의 초원을 동경한다.
거대한 가지를 늘어뜨린 나무 한그루가 황량히
태양을 등지고 있는 그런 검고 붉은 저녁 노을을
동경하기도 한다.

무수히 많은 홍학 떼들이
놀라 떼지어 날아 오르는 그런 광경을
생각하기도 한다.

메마른 장작의 불꽃 주위에 모여
자연 속에 사는 사람들과 웃으며 대화 할 수 있기를
꿈꾸어 보기도 한다.

그리고 흙먼지에 가득히 지저분해진
사랑하는 여인의 머리칼에 물을 부어
머리를 감겨 주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손길을
그려 보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터...
우리는 이 지저분하고도 작은 도시의 전쟁터 속에
버려져 있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입을 열어 아귀다툼을 벌이고
끊임없는 상처내기와 살육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모양이다.
늘 언제나 강자와 비열한자는 승자가 되고
또 사람들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전에
그 상처의 보복으로 전쟁터의 또 작은 부분에 열중한다.

이 작은 도시는 늘 언제나 피비린 내로 자욱하다.

역설적이게도 이 작은 도시의 사람들은 그럼에도
구원을 꿈꾸고 있다. 노아의 방주처럼,
혹은 휴거의 기적처럼, 혹은 메시아의 부활처럼.
그들의 마음 속 한구석에는 늘 구원의
희망을 품고 사는 모양이다.

그 노아의 방주가 또 그 휴거의 기적이 그 메시아의 부활이
단지 우리들 가슴 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그리고 늘 언제나 거대한 보여지는 기적과
보여지는 환상과 보여지는 멋찜을 기다린다.
실체와 그럴 듯함을 기대한다.

그리고는 다시 이 피비린내의 전쟁터로 자신의
몸을 내어 맡긴다. 자신들 스스로도 이 상채기가
아프고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
자신들 스스로도 피를 흘리는 고통을 싫어하면서도
그저 습관처럼 그리고 복수심에 그리고
그것 이외에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여기면서
전쟁터의 용병이 되어 살육의 행위에 동참해 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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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겨라니님의 댓글

  • 겨라니
  • 작성일
세상은 돌고 도는건. 아마 인류가 멸망하기 전까진 그런 고민(...)을 하게되리라...

통통한 토끼님의 댓글

  • 통통한 토끼
  • 작성일
가을의 분위기에 취해서 센치해지네요.. 노을 붉게 타고, 밤안개가 깔리기 시작하는 시간...

자유로이담는우체통

알려드립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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