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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의 외국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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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민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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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의 외국 여성들

헝가리 여성 A는 명동에 나올 때마다 광고물에 실린 수많은 자신을 만난다. 속옷모델인 그는 명동 거리 곳곳에 나붙은 자신을 보는 게 기쁘다. 속살이 보일 듯 말 듯한 얇은 속옷을 입은 모습이지만 부끄러움은 없다. 모델일도 배우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게 기쁘다. 가능하면 오랫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일하고 싶지만 관광비자를 받은 것이 마음에 걸릴 뿐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불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겪는 일이라, 같은 처지의 동료들을 오히려 위로하는 편이다.

동구권 러시아 여성들은‘찬밥’

그는 동료들과 함께 서울시내 호텔에서 장기투숙하고 있다. 모델 소개업체 사람들은 더 좋은 일자리가 있다고 말하지만, 그는 모델일로 만족한다. 돈벌이만을 생각한다면 유흥업소로 진출하는 게 낫다는 걸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모델로 성공하고 싶은 그는 그런 일자리가 치명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한국에서 정해진 일이 다 끝나면 여름이 되기 전에 홍콩으로 가서 일하게 된다. 한국에 비해 수입도 좋고 외국모델들의 활동이 합법적이라 홍콩이 일하기는 더 좋기 때문이다.

A 와 같은 외국모델들이 해마다 수백명씩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은 보통 서울의 호텔에서 몇 달 동안 묵으면서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소개업자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모델일 말고도 덤으로 유흥업소에 나가기도 한다”고 귀띔한다. 그러다 일부는 에로비디오 영화에 출연하거나 매매춘으로 빠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개 관광비자로 입국한다. 취업비자는 나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발급가능성도 적기 때문이다. 불법취업인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불법적인 외국여성 모델의 존재는 광고업계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부분의 광고대행사들은 모르는 척하고 이들을 광고제작에 쓰고 있다.

외국모델의 국내활동은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그 이전에는 수요가 생기면 이태원에 가서 신체조건이 맞는 외국여성을 대충 섭외해 찍는 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수요가 늘고 외국모델 소개업체들이 전문적으로 생겨나면서 수입이 본격화했다. 현재 활동하는 외국모델 소개업체는 10개 정도가 있다.

외국모델들이 가장 먼저 점령한 분야는 속옷광고다. 한국모델들이 가장 꺼리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심한 노출을 금기시하는 사회분위기에다, 속옷모델 출신으로 출발해서는 스타로 성공할 수 없다는 모델계의 뿌리깊은 고정관념이 겹쳐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정식교육을 받은 한국모델들은 돈을 줘도 속옷광고에 나서지 않는다. 반면, 외국모델들은 그런 거부감이 없다. 게다가 신체조건이 좋아 속옷의 상품성을 높이는 데도 적격이다. 한 모델 소개업자는“외국모델들은 한국모델들보다 몸매가 좋아 속옷의 선이 살아난다”고 말한다.

외국모델들은 보통 특급, A급, B급, C급 등 4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특급모델은 텔레비전 광고에 등장하는 샤론 스톤이나 멕 라이언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이다. 국내에서 일하는 모델들과는 인연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 수입돼 일하는 모델들은 보통 B급과 C급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보통 하루 1천달러 미만의 모델료를 받는다. 모델료는 모델의 경력과 신체 조건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이들의 국적은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스웨덴, 러시아 등 다양하다. 대부분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몸매가 좋아 발탁되는 경우다. 모델업계에서 동구권과 러시아 여성들은 찬밥 신세다.“모델수업도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일 처리가 깔끔하지 않다”는 평을 듣는다.

홍콩 일본까지 활동무대로

일부 외국모델은 모델일을 하면서 유흥업소에도 출입한다. 외국모델에 대한 일부 광고업계의 눈길이 곱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게 꼭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 광고대행사 직원은“외국모델들이 유흥업소로 빠지는 건 모델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영세한 모델 소개업체들이 이들에게 제대로 돈을 주지 않거나, 술집으로 나가기를 권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일부 소개업체는 돈을 제대로 주지 않아 고발을 당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수입된 모델 가운데는 좋은 반응을 얻어 해마다 입국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홍콩이나 일본까지를 자신의 활동무대로 삼는다. 이들 나라에서는 취업비자가 쉽게 발급돼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관광비자로 입국해 일을 하다 적발되면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벌금을 물거나 강제출국의 대상이 된다.

한국여성들이 꺼리는 일들이 외국여성들의 몫으로 굳어져 가는 현상은 연예계에도 일반화하고 있다. 성인용 에로비디오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에로비디오에 출연하는 외국배우 가운데 정식으로 취업비자를 받고 들어오는 이들은 거의 없다. 관광비자로 들어와 일시 체류하다 모델 소개업체를 통하거나 개인적인 친분으로 묶여 일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짧은 기간 동안 싼값에 쓸 수 있는 이들의 특성이 비디오영화업자들의 입맛을 당기는 것이다.

‘엉덩이가 기가 막혀’라는 비디오영화에 출연한 올가 볼로스트노바도 속옷모델을 하기 위해 한국에 온 러시아 여성이었다.‘구소련 최고 슈퍼모델’이라는 광고문구가 비디오테이프에 붙어 있지만 그것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올가는 비디오영화업자의 눈에 띄어 사흘만에 영화를 찍었다.

외국배우들의 에로비디오물 출연은 지난 80년대만 해도 드문 일이었지만 지금은 흔하다. ‘사할린의 섹스 트러블’‘성애의 여행’‘원시적 본능’‘적도정사’‘정사수표’등이 대표적인 외국배우 출연 작품이다. 출연 배우들의 이름도 본명이 아닌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적도정사’주연여배우는 샤롱스통 실비아다. 한국의 경험을 살려 자기나라에서 스타로 발돋움한 배우도 있다.‘정사수표’8, 9편에 출연했던 필리핀 여배우 로사 나 로세스는 지금 필리핀에서는 최고의 배우로 인정받는다고 한다. ‘정사수표’를 만든 한시네마타운은 “필리핀 해외로케이션에서 로사 나 로세스를 출연시키려 했으나 개런티를 너무 많이 불러 포기했다”고 한다.

텔레비전에도 자주 등장

최근에는 텔레비전에도 외국여성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가수들의 백댄서나 백보컬 가운데 외국인들이 포함돼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들은 화려한 춤 솜씨와 음악실력을 선보이며 인기곡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기도 한다. 연예 매니저 석영근씨는“그들의 춤이 특별히 뛰어난 것은 아니고, 다만 외국백댄서를 기용했다는 점이 다른 가수들과 차별화 시키는 효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보통 6개월 동안의 계약기간이 지나면 자기나라로 돌아간다. 이들의 성공 여부에 따라서는 앞으로 다른 가수들도 잇따라 백댄서나 백보컬들을 수입할 수 있다.

연예계의 외국여성 수입은 한국여성들이 채우지 못하는 빈자리를 메우면서 이국적인 것을 찾는 국내 소비자들의 욕구까지 채워주고 있다. 정부의 취업제한이 풀리고 이들에 대한 국내의 시각이 누그러진다면 이들의 활동은 엄청난 속도와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글쟁이 : 민명기

(ICQ :Click MSN : minpd @ 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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