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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귀족’ 온라인으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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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민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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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정치와 사회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골품제도다. 이는 혈통의 높고 낮음에 따라 관직 진출, 혼인·의복·가옥 등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규제를 한 신분제도로써 세습성이 강하고 신분간의 배타성이 심한 것이 특징이 있다. 이러한 골품제도가 2천년 가량이 흐른 지금 특히‘성골’귀족이 점차 늘어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고 있다.

21세기 형 신흥귀족 부활

제일기획(www.cheil.co.kr)이 지난 1월 발표한‘미국엔 BOBOS, 한국엔 KOBOS’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형‘신흥’귀족의 스타일은 작은 것에도 완벽함을 추구하고, 도시적이며 고급스럽고, 프로성향을 고집, 무채색의 심플함과 지적인 이미지로 구분하고 있다.
보고서는 부르주아의 물리적인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인 풍요를 동시에 누리는 미국의 보보스(Bohemian Bourgeois)를 빗대어 한국에서는 코보스(Korean BoBos)로 규정하며 객관적인 기준 (돈, 학력, 직업)을 모두 갖춘 29명의 인터뷰 대상을 선별해 1차는 심층면접, 2차는 가정 방문 취재, 다시 하루 일과를 밀착 취재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이 보고서는 대한민국에 진정한 보보스(BOBOS)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벤처와 금융바람을 타고 우리 나라에도 불붙기 시작했던 보보스 문화는 그 바람이 사그라 들면서, 기존의 엘리트 계층의 고소득 전문가들 중 좀 더 자유로운 기질과 오픈마인드를 가진 젊은층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분명 그들은 정확히 말해 미국형 오리지널 보보스는 아니다.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지만, 동대문에서의 쇼핑을 함께 즐기고, 좌석버스를 타고 출근하지만, 주말에는 렉서스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점심은 청진동 해장국을, 저녁엔 청담동 퓨전 레스토랑을 찾는 바로 이 사람들이 우리의 사회 문화적 상황에 완벽히 적응한, 이 시대의 진정한 한국 BOBOS, KOBOS가 아닐까 라며 역설하고 있다.

요사이 부유층의 소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모습을 놓고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등에서는 저소득층보다 소비를 더욱 줄여온 부유층이 소득 수준에 맞는‘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과정으로 풀이한다. 또 일부에서는 소득분배의 양극화와 이에 따른 소비의 양극화가 가져올 계층간 사회적 위화감의 심화를 우려하기도 한다. 지금은 합리적인 소비가 아니라, 부유층이 소비의 사회, 윤리적 측면을 고려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무엇이 과소비냐’는 논란에도 끊임없이 불거지는‘과소비 자제론’이 이런 맥락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근 부유층의 소비태도에 미묘한 변화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수입상품을 터부시하는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탓인지 부유층이 이전보다 주위의 시선을 덜 의식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백화점 업계의 분석은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부유층의 소비 증가는 이들을 지난 IMF 경제위기 주범으로 간주하던 히스테리컬한 사회 분위기가 사라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들의 소비가 저소득층보다 더욱 급격히 위축됐던 것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부가 소비를 적극 권장하고 외국기업이나 상품 차별을 없애는 쪽으로 나가고 있는 것도 위축됐던 부유층의 소비심리를 회복시켜준 듯하다.”고 인터넷 명품 사이트 MD는 말한다.
게다가 업계들이 소비의 양극화를 전제로 영업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도 부유층의 소비가 느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저가 상품의 고객을 할인점에 빼앗긴 백화점들이 수입매장 유치 등 고급화 전략을 택한 것이 부유층의 소비가 기지개를 켜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과 연계한 마케팅

업계의 이런 영업전략은 유명 수입브랜드 전문점들이 현대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등이 밀집된‘강남’이라는 특정지역에서 벗어나 온라인을 통해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효과를 내고 있다. 우선 한화유통에서 운영하는 루이지닷컴(www.louisg.com).
이곳은‘순수 재산세 4만원 이상인 자’,‘전문직 종사자’,‘재산세 영수증’,‘전문직 자격증 사본 첨부’등의 매우 까다로운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기준에 미달되면, 당연히 사이트에 접근도 못한 채 첫 화면만‘멀뚱’하게 바라봐야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온라인 귀족 사이트와 오프라인 업체들과의‘끈끈한 관계’를 빼 놓을 수 없다. 숍마스터가 직접 회원의 집을 방문하여 옷을 맞추어 주는‘피팅(fitting) 도우미 서비스’나 폴크스바겐 클래식 비틀 차량으로 제품을 배달해주는‘비틀(beetle) 서비스’는 기본이다. 또 인터넷을 통한 카드결제를 꺼릴 경우에도‘COD(Cash On Delivery) 서비스’를 이용하면 직원이 직접 집으로 찾아가 현금으로 결제토록 해준다.‘오더 메이드 (Order-Made) 서비스’는 회원이 요구하면 쇼핑몰에 없는 물건이나 구하기 힘든 물건, 국내에 없는 물건도 외국까지 날아가 구해오는 서비스다. 확실한 서비스로 확실한 회원만을 확보한다는 것이 이들의 전략인 셈이다. 과거 불특정 다수 고객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마케팅을 펼쳐왔지만, 이는 비용도 많이 들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고객을 성향과 구매 패턴별로 세분화해 차별화 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 고객관계경영)을 도입한 것인데 유통 및 제조업체들이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마케팅 기법이다.

온라인 쇼핑몰이 부유층의 소비를 겨냥하고 있다고는 하나, 고가 수입상품에 대한 소비 풍조가 중·저소득층으로까지 확대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에 따른‘전시효과’가 우리나라 특유의 냄비문화와 결합되면, 중·저소득층에서도 소득 수준에 걸맞지 않은 지나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기전망을 불러일으키고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자칫 가계파산의 급속한 확대를 낳을 수 있다.
쇼핑몰이나 각 동호회들에서도 수입명품을 취급하고 있거나 명품 공동구매 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명품쇼핑몰 럭셔리인(www.luxuryin.co.kr)은 구찌, 페라가모, 펜디, 버버리, 까르띠에 등 유명 브랜드의 피혁 잡화제품을 30~50% 싸게 팔고 있는데, 20만~30만원대 구두 지갑 등이 날개돋친 듯 나가고 있다. 이에 자극 받은 다른‘평민’쇼핑몰들도 덩달아 수입명품을 취급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평민’쇼핑몰도 동경심 자극 장기침체에 빠진다

중저가 상품을 값싸게 공급하는‘평민’쇼핑몰도 수입명품을 취급하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고급화 추세로 가고 있는 귀족 쇼핑몰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그곳에서 취급하는 수입명품에 대한 중·저소득층의 동경심을 이용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연구자들의 분석이다.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속에서도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전시효과’가 빚어낸 산물이라는 것이다. 중·저소득계층이 자신의 소득 수준을 뛰어넘는 과소비를 할 가능성이 단순한 기우만은 아닌 셈이다. 실제로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는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럭셔리’카테고리가 자리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최근의 소비 현상에 대해 민간연구소들에서는“경기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무너지면 우리나라 경제가 일본경제처럼 장기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경기침체와 함께 부유층의 소비에 대한 비난이 커지면서‘부유층 소비 감소, 중·저소득층 가계파산, 소비 격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위축된 소비심리가 다시 살아나려면 처음보다 몇 곱절의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일본경제는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살얼음판을 걷는 취약한 경제

문제는 지금의 우리나라 경제가 여전히‘살얼음판을 걷는’취약한 상황에 있다는 점이다. 재정경제부(www.mofe.go.kr)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총외채는 1천2백58억달러로 전달보다 23억달러 증가했다. 수출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일본 엔화 약세,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 미국 주식시장의 붕괴 가능성, 주요 교역대상인 중남미 경제와 유럽연합의 본격적인 경기침체 등 대외여건에서 악재가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외화가 적을수록 바람직하다.
물론 지금은‘합리적인 소비’가 필요한 때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합리적인 소비가‘소득 수준에 걸맞은 소비’정도만으로 그쳐서는 부족해 보인다. 국민경제의 상황에 비춰, 어떻게 써야 할지 대해서까지 소비자들이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마도 그 방향은 계층간 상대적 박탈감을 가장 적게, 외화 유출을 될수록 적게 하는 쪽일 것이다.


디지털 글쟁이 : 민명기

(ICQ :Click MSN : minpd @ 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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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겨라니님의 댓글

  • 겨라니
  • 작성일
진정한 코보스족이라....

시린님의 댓글

  • 시린
  • 작성일
음. 생각해보게 되는 글이어요. 잘 봤습니다. ^^

알려드립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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