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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자상거래,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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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민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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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ze>이버 사회에 경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요즘 일이 아니다. 비교적 초창기의 가상 사회에 해당하는 ‘해비텟’(Habitat)에서도 사이버 경제 시스템을 볼 수 있다. 해비텟은 1985년 MIT에서 만들었는데 놀랍게도 당시의 기술로 그래픽 기반의 사이버 사회를 구현했다. 그래픽 캐리터인 아바타(avatar)를 사용하고 아바타의 머리를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도 바로 이 해비텟이다.

해비텟에서는 토큰(token)이라는 가상 화폐를 두었다. 이 토큰은 회원들이 어떤 활동을 하여 버는 것이 아니라, 접속할 때마다 일정량이 주어졌다. 해비텟의 제작자들은 지역마다 물건의 가격을 다르게 하는 등 물리적 세계의 경제 시스템을 모방하기도 했었다.

사이버 경제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는 왜 필요할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기업 정보화에 앞서가는 사람들도 변변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전자상거래가 중요하니까’ ‘남들이 하니까’ ‘시대의 조류니까’ 이런 식이다. 가끔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정답에 가까운 대답이 나오기도 하지만, 전자상거래와 기업 경쟁력이 어떻게 결부되는지 명쾌하게 설명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정이야 어떻든 최근 국내 업체 사이에 전자상거래가 화두가 되고 있다. 국내 네티즌들의 구매도 활발해 인터넷 쇼핑몰의 매출액이 해마다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언론들도 전자상거래를 통해 크게 성공한 이들의 성공담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아마존이 세계 최대 서점 반스 앤 노블을 물리쳤다’ ‘하버드 대학생 제리 양이 검색 사이트 야후를 구축해 억만장자가 되었다’ 등.

세계 일류기업들은 B2C보다 B2B에 치중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상품 거래를 중개하는 B2C 사업을 고안했다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지금 한국에서 논의되는 전자상거래는 B2C 개념으로 그 의미가 축소되고 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는 가상 쇼핑몰보다 더 넓은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B2C와 함께 B2B를 포함한다. 전자상거래가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구축하는 것이라면, 기업간의 물류인 B2B가 더 중요한 개념이다. 국내 기업들은 지금까지 가상 쇼핑몰을 만드는 데 열중했을 뿐 기업간 사이버 물류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는 등한했다.

세계 일류 업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구조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B2B에 치중했다. 대형 제조업체들은 부품과 반제품을 공급하는 납품 업체들과 구매·생산·결제 시스템을 연동 했고, 거래 업체와는 인터넷을 통해 회계 시스템을 연결했다.

물류업체들은 화물 주인과 운송 업체를 연결해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매출은 늘리고 있다. B2B 개념을 도입해 기록적인 매출 신장세를 보인 미국의 델컴퓨터가 대표 사례다. 따라서 전자상거래라면 으레 가상 쇼핑몰을 떠올리는 국내 기업들은 뒤질 수밖에 없다.

완벽한 체제를 갖춘 것은 아니지만, 가장 먼저 사이버 물류 시스템을 가동한 곳은 한솔CS다. 이 회사는 지난 98년 ‘로지스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사이버 물류 시스템을 발표했다. 로지스 클럽의 기본 방향은 물류 서비스와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해결하는 것. 이 클럽에 가입한 화물 주인과 운송 업체는 보관·운송·하역 등 모든 물류 과정을 가상 공간에서 처리하고, 물류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는다.

가령 제조·유통 업체처럼 화물을 직접 옮겨야 하는 업체가 로지스 클럽에 가입해 물품·시기·지역 등 화물 운송에 필요한 조건을 입력하면, 운송에 가장 적합한 차량을 자동으로 연결해 바로 배차가 이루어진다.

배차가 이루어지기까지 업무 처리 현황을 곧바로 조회할 수 있어, 담당자 실수로 누락되거나 화물 처리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낭패를 볼 염려도 없다. 화물을 실은 차량의 위치도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연간 총 물류비용 가운데 수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70%에 이른다. 수송 수단으로는 화물 자동차가 91%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화물 자동차의 41.4%가 빈 트럭이다. 사이버 물류 시스템이 원활하게 가동되면 이러한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오프라인 틀 못벗어난 경영·영업문화

삼성전자는 지난 99년 3월 국내 최초로 모든 자재 수급 업무를 인터넷으로 처리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37개 사업부와, 해외 구매 법인 7개, 해외 협력업체, 물류업체를 한데 묶은 ‘글로넷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한다. 협력·물류업체들도 삼성전자에 물건을 납품하거나 자재를 조달하려면 글로넷에 접속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구매 담당자가 국내외에 출장을 가서 자재 공급 업체와 협의해 물량과 가격을 결정했지만, 앞으로는 모든 자재를 인터넷 구매 시스템을 통해 조달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구매 시스템을 원활하게 운용하면 연간 2천7백억원을 아낄 수 있다. 재고 비용도 크게 준다. 전세계에 퍼져 있는 공장에 쌓아 두는 제품과 부품의 재고 일수가 65일에서 30일로 줄어든다. 또 해외에서 자재를 조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주에서 2주로 크게 준다. 10단계나 되던 수입 업무가 4단계로 축소되어 평소 14일 걸리던 행정 업무를 하루에 처리할 수 있다.

또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부품을 제외한 일반 자재를 인터넷을 통해 구매함으로써 납품 기한을 30% 가량 단축하고 연간 1천억원 가량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인공위성 시스템까지 이용한 인터넷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월마트 같은 대규모 유통 업체들은 당분간 국내 구매 절차를 따르겠지만, 세계 시장에서 사이버 물류 시스템이 보편화하면 월마트 방식을 요구할 것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의 유통 업체가 모든 제품을 인터넷을 통해 구매한다면, 중소기업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도 납품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지금 세계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류 업체들은 대부분 사이버 물류 시스템을 통해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국내 경영 관행과 영업 문화도 사이버 물류 시스템 도입에 방해가 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그 동안 경영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따라서 회계 시스템까지 협력 업체와 연결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또 으레 영업이라면 구매 담당자와 술자리를 함께 하고 필요하면 뇌물도 주는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은 관행을 변화시킨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B2B가 그 관행을 바꾸고 있다.

기업간 전자상거래 시스템은 ‘하면 좋은’ 수준이 아니고 ‘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태로운’ 것이다. 한시바삐 사이버 경제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그 동안 경영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따라서 회계 시스템까지 협력 업체와 연결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또 으레 영업이라면 구매 담당자와 술자리를 함께 하고 필요하면 뇌물도 주는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은 관행을 변화시킨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B2B가 그 관행을 바꾸고 있다.

(ICQ :Click MSN : minpd@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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