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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편] 만남을 위한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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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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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을 위한 초고

무작정 만나고 싶다.
첫눈이 소담스럽게 내리는 날에는
나를 위해 오후를 비워두고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내 얘기를 들어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약속은 하지 않았어도 토요일 오후마다
내가 잘 가는 다방에서 빨간 장미 한 송이와 함께
갈색음악을 조용히 새기고 있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어깨를 맞대고 오랜 시간 같이 걸으며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나를 위해 불러줄
웃음이 고운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낯익은 포장마차 불빛 속에서 쓴 소주 한 병을 시켜놓고
내가 두 잔 마실 때 내 건강을 위해서란 걸 강조하면서
한 잔 정도 대신 마셔 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술에 취해 얼굴이 붉어져 횡설수설 말이 많아도
귀찮아하지 않을 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계절병을 앓고 난 후 잃어버려야했던 사랑을 한 아름 다시 가지고 돌아와
파묻힐 정도로 돌려주는 꿈보다 달콤한 목소리를 가진 그런 사람을 만나
오래도록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사랑을 하고 싶다.

사랑에 미친 사랑
그러나 풋자두처럼 상큼한 눈빛을 가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계절병에 취해 무작정 동경의 도시를 꿈꾸며
새벽열차를 같이 타고 떠날 수 있는
홀가분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작지만 그래도 따뜻한 손을 가진 사람
한 번쯤 실연에 울었던 사람과 만나 세상 얘기를 하고 싶다.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
그러나 한잔 술로 모든 걸 잊을 수 있는
큰 용기를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

커피를 무진장 좋아하는 사람과 어느 호젓한 찻집에서
함께 찬찬히 찻잔을 기우리며 사람 사는 도시를 얘기하고 싶다.

눈매가 단정한 사람
그러나 우수에 젖어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어느 겨울날 퇴근시간에 내 집 앞에서 시린 발을 동동 구르며 나를 기다려 줄
가슴엔 온통 '내 모습뿐인 그런 사람을 만나 오래오래 사랑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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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simplian님의 댓글

  • simplian
  • 작성일
말없이 하루쯤 지내도 편안한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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