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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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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하늘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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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거리에서나, 비어있는 모든 전화기 앞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한 것이
다. 전화의 구속은 점령군의 그것보다 훨씬 집요하다.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란
단 두 가지 종류로 간단히 나눌 수 있다. 그 혹은 그녀에게서 걸려오는 전화와 그 밖의 모
든 전화. 이렇게도 나눌 수 있다. 전화벨이 울리면 그 혹은 그녀일 것 같고, 오래도록 전화
벨이 울리지 않으면 고장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이란,
버스에서나 거리에서 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유행가의 가사에 시도 때도 없이 매
료당하는 것이다. 특히 슬픈 유행가는 어김없이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의 무늬를 만든다. 사
랑하는 사람들은 의식적으로든 혹은 무의식적으로든 이별을, 그것도 아주 슬픈 이별을 동경
한다. 슬픈 사랑의 노래들 중에 명작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유행가는 차마 이별
하지는 못하지만 이별을 꿈꾸는 모든 연인들을 위해 수도 없는 이별을 대신해 준다. 유행가
는 한 때 유행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대물림되는 우리의
유산이다.



사랑이란,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지 않고 무심히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무엇이다. 자신의 얼굴에 대해 생애 처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나. 자신의 눈
과 코와 입을 그윽하게 들여다보는 나. 한없이 들여다보는 나.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이렇
게 생긴 사람을 사랑해주는 그가 고맙다고. 사랑하지 않고 스쳐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
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 준 그 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
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도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에 관한 네 번째 메모



사랑은 그 혹은 그녀에게 보다 나은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으로 시작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보다 '이랬으면 좋았을 나'로 스스로를 향상시키는 노력과 함께 사랑은 시작된다. 솔직함보다 더 사랑에 위험한 극약은 없다. 죽는 날까지 사랑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지 못하며 살게 될 것이다.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나를 왜곡시킨다. 사랑은 거짓말의 유혹을 극대화시키는 감정이다.



☞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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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란 생애 처음 내 얼굴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말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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