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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아연시NO42]최영미 * 사는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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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하늘풍경
  •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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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유

지은이 : 최영미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
    안부없는 사랑이 그렇고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 웃음이
    생각나면 구길수 있는 흰 종이가
    창밖의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이 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


    누군가와 싸울때마다 난 투명해진다
    치열하게
    비어가며
    투명해진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
    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
    아직 살아 있다는 무엇


    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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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오르지 않던 날의 기억은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오늘이 되면 술취했던 기억도 술이 오르지 않았던
호기롭던 기억도 다 아침햇살의 빛에 가리워진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또 뜻없이 누군가 그리워하는 사람을
정처없이 떠올리며 가끔 새겨진 술오르지 않던 호기롭던
날을 애써 기억해 그 날을 되새기고 싶어진다.
언제 였던가?
그날이..
사람을 그리워 했던 것이 무척 힘든 적이 있었다.
주위의 많은 친구들이 정작 혼자 있을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때 가슴 답답함에 방안을 서성였던 적이
있었다. 치밀어 오르는 기는 가슴한편을 무던하게도 짓눌르고
아무런 이유없이 찾아드는 외로움 비슷한 감정은 무척이나
힘들게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다음날이면 그런 기억을 잊어갔다.
아주 가끔씩 찾아오던 그런 기분은 내게 힘든 고비를 주면서도
때때로 찾아들어 나를 당황케 했다.
그런데 언제서부턴가 그런 상황을 모면하게 됐다.

그것이 벌써 4,5년전의 일이니 가까운일이면서도 까마득하기만
하다. 
사람에 대해서 유난히 정을 많이 갖었던 내가 언젠가 부터
상대방에 대해서 믿음을 강요하기 시작했었다. 그렇치않다고
여겼지만 친구로 하여금 내가 보여준 믿음만큼 나에게 그의
믿음을 보여주길 바랬고, 그 기대감의 무게가 점점 커가면서
그것이 실망이 되고 그리고 그리움과 외로움이 되어버린것이
다.  인간이기에 하나를 주면서 하나를 받기를 원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거 같다.  그러나 스스로 흔쾌하게
받아들일줄 아는 지혜가 내겐 부족했음이다.
어느날 부터 그것을 조금씩 깨달았다.
삶은 혼자서 사는것. 마음의 중심은 나. 그리고 주위를
둘러싼 친구와 많은사람들은 그 즐거움을 부추겨주는
화롯불 지피는 부채와 같은것..
스스로가 좋아서 그를 믿고 따르고 즐거워하는 것들은
나로 인한 것이며, 그에 대한 내 믿음을 강요하거나 기대하거
나 해서 서로에게 부담을 줄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된것이다.

이후로 많은 사람을 만났다.
내가 강한 믿음을 주는 사람도 있고, 그저 그렇게 만나는
사람도 있고 사무적으로 대하는 사람들도 있음이다.
그러나 한사람 한사람이 나에게 의미있음과 그들을 선택하며
서로 교감을 나누는 것이 나로 비롯됨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내겐 혼자서 앓는 뜻없는 방황은 없었다.
전에도 낙천적인 면이 없진 않았지만 지금은 뜻없는 괴로움
정도는 이겨낼만한 여유를 가지게 된 듯 싶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일이 물흘러 흐트러졌다 고비고비
다시 만나 하나를 이루는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라 여기면서
부터 이별이란 완전한 결별을 의미하는것은 아님을 새겨보기도
한다. 그것은 사람을 잃었을때의 슬픔을 희석시킬수 있게
되었다.

나도 사람을 만나 헤어져 본 경험이 있다.
그것이 이성이었기에 혼란한 기억속에 나를 빠뜨려 당황스러워
했던 적도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내 내면에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음이 사실이다.  생각처럼 안되는 것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임을 알게 되었다.
아직까지 변하지 않은 내 사고가 혼란스러움에서 한켠 나를
비켜가게 해준것이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부쩍많은 사람들의 이별과 만남 그리고
결합을 보면서 나 또한 내 생각에 변화를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은 변해가는것 아니던가?

요새들어 아침날씨가 급격히 떨어졌다.
여름한철을 나며 인연이라 했던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무던히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는데, 벌써 가을을 지나
겨울의 한기가 옷깃을  파고든다.
날씨에 따라 우리의 옷도 그에 맞게 변화하듯
사람의 감정또한 자신의 감정에 맞게 변화하는 것인가 보다.
조금은 편안해진 감정으로 서있는 내가 되어있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잔디밭에서
어느날쯤 소주한병에 눈맞추며
한잔 기울이는 이에게 원없이 넋두리 해볼 날이 또 얼마쯤
후면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는 내게 이러했다고..
 
                                          99년 10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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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시린님의 댓글

  • 시린
  • 작성일
아유, 갑자기 실명이 거론되는 통에 놀란마음에 몇자 적습니다. 히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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