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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시] 똑같은 바보 - 김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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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하늘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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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같은 바보

지은이 : 김미선


여름의 한낮은
참을 수 없을만치
뜨겁고
지리했다
찬물로 샤워를 해도
얼음을 입에 넣고
깨물어도
무덥고 지리한 건
마찬가지였다

하릴없이
돗자리를 깔고 누워
낮잠이나 잘까 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기 종론데
지금 빨리 나와요-

그의 음성은
청량음료처럼 쏴아하고
시원한 기포소리처럼
들려왔다

종로가 아니라
더 먼 곳이라도 달려가고 싶었다
그런데도 나는
앙큼하게

-싫어요-
했다

이러는게 아닌데
얄팍한 여자 자존심을
앞세우는 내가
나를 놀라게 했다
한마디를 덧 붙이고 말았다

-전 그렇게
심심해할 때 말상대나 해 주는
여자가 아니예요
만나고 싶을 때엔
최소한 하루 전에
미리 약속해야하잖아요?-

일방적으로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곧 이어
나는 후회를 했다
다시 전화가 걸려오면
종로 어딘데요- 해야지

그러나
나보다 더 여리고
나보다 더 용기없는
그에게선
다시 전화가
걸려오질 않았다

나는 발을 동동거리며
안타까와 했고
혹시
수화기가 잘 못 놓여있는지
몇번이고
확인하고 있었다

바보!

우리 두 사람은
똑 같이 바보였다

----------------------------------------------

BEGIN
한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와 사귀었고 즐거워했고
그리고 헤어졌다.
헤어짐은 아픔을 느끼게 했고,
방황케했다.

그와 사귀었던 친구는 그에대한 자신의 믿음을 저버렸다.
그와는 맞지않다고 결론을 내렸고 그럴수 있으리라 믿었다.
헤어지자고 한후
그녀는 여전히 그를 생각했다.
칠판의 글씨를 지우개로 지우듯
사람을 그렇게 지울순 없었다.

두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외면했다.
그리고 혼란해하면서 마음을 다져갔다.
그런다고 잊혀지는건 아니지만 보는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아픔도 그들의 몫이라고 체념할즈음에
그들의 아픔도 그들 삶속에 때일수 없는 감정처럼 스며들었다.

무채색의 투명한 물빛처럼
늘 자신을 투영시키며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내하는 법을 그들은 배워나갔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어느날 한친구에게 애정을 느끼는 친구가
생겼다.
그녀는 그 친구의 무언가 생각하며 고민하는 모습을
감싸안고 싶었을런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는 그녀를 받아들일수 없었다.
혼란스런 그 마음에 다시금 위태로운 자신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을수도
혹은 그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추스리려는 그를 보며
그녀 또한 마음 아퍼했다.
그리고 기억 속에 묻기로 했다.
그녀 또한 그를 잊을순 없게 되었다.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 그였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은은하게 타고 있기에 말이다.

세사람은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모두 가슴속에 서로의 잔영을 묻으며 살아갈것이다.
인연이란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하는 요즘에
그들이 앞으로 어떤 형식으로 만남을 이어갈진
장담할수 없다

다만 내게도 그들에게도 주어진 만큼 기쁨 슬픔 아픔 그리움 기다림 희망
기대 그 모든것의 몫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몫의 비중을 얼마만큼을 가지려 할지는 각자가
가져야 할 것이란 생각이든다.

가을이 완연히 다가서는 날이 며칠있으면 온다고 한다.
그들 마음에 유난히 길고 지리한 기억에 아픔이겠지만,
나와 내주위에 사람들은 똑같은 아픔을 반복하면서 겪어나가는것이
아닌가 싶다.
내게도 이 가을이 지리하고 길게 느껴진다.
그토록 기다렷던 날들이 가끔은 너무 허망하게 무너져 잇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래도 그것이 사람의 일 아닌가?
만남과 헤어짐..
우리 젊음의 화두가 아닌가 싶다.

                                            99년09월28일


 ---------------------------------------------------------

 2000년 5월 25일
 
 ^^
 한달쯤 전부터 내가 신청한 <아연시>는 오지 않았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간혹 짜증이 나긴 했지만,)
 오늘 드뎌 일이 터졌다.
 
 한 친구가 온 메일에 요즘엔 글이 안온다며 혹 무슨일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아마도  emag21이 서비스를 개선하면서 일부 중복 메일등을
 정리했다고 하더니 거기서 착오가 있었던듯 하다.

 미욱하나마 나와 감정을 나누었던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었을
 글들이 언젠가부터 배달이 안되면서 그 친구들에게 내 책임을
 다하지 못한거 같아 미안함을 금할수 없었다.

 그런것인가 보다.
 어느 매거진 발행인의 후기에서 발행을 그만두려 할때마다
 한통씩 오는 독자의 메일에 그럴수 없지 하며 더욱 매진한다
 는 글처럼 나도 역시 원하는 사람이 메일을 받지 못한다거나
 했을때 이렇듯 마음이 서운한것을 보면 .
 
 이제 몇 편쯤이 지나면 작년을 같이했던 <아연시>는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 그 이후의 말하자면 <新 아연시>가 써지지
 않는다면 매거진 발행은 중단되어질런지 모른다.
 지금은 그러한 점이 닥치진 않았지만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
 우습지만 몇 통이나마 응원을 보내진 친구들의 글들이 눈에
 밟힐거 같기에 말이다.

 후후..
 사람은 만날일이 있으면 또 헤어질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만남과 헤어짐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중요한건 만남과 헤어짐에서 남는 느낌을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느냐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
 
 쩝~
 우찌 이야기하다보니 오늘은 사설이 길다.
 가벼운 술한잔이 일케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아 낼 또 활기차게 하루를 맞이해야 겠다.
 지금은 앞만보고 가다 엎어져도 상처가 쉽게 아무는 그런
 시기가 아니인가?
 ^^

 존날 존하루 맞이하시길.....

 
  -------------------------------------

 2002년 6월.

 6월 19일이 되면 장마가 온다고 한다.

 뜻없이 며칠 날씨가 꾸물거리네요? 라는 물음에 답해진 말은 흠칫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장마...

 벌써?

 그래, 시간은 그토록 지나가고 있건만 나만 모르는듯 난 당황스러워했다.
 때가 되면 돌아오는 계절, 그리고 한철의 장마.

 지독히도 지리하게만 느껴지는 짧은 장마가 지나면, 사람들 마음이 기지개를 켜고,
 평상으로 안정을 찾아 돌아가듯,

 지금 내나이 서른 하나는 어느정도 안정을 찾아가는것 같다.

 
 예전의 편지를 뒤적이며, '똑같은 바보'라는 시를 다시 읽었다.
 ^----^'

 내 모습처럼 바보스런 두사람.
 20대의 나는 늘 그런식이었던거 같다.
 바보처럼 그렇게 기다리고, 어색해하고 수줍어하고,,,


 30대의 나는?

 :-)


 [사람을 만나러가다 : 하늘풍경 sky@webf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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