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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yun's food}"맛있는 오후" (호박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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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s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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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의 늦은 아침겸 점심상을 물리고,
엄니는 부엌 한켠을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던 늙은 호박을
깨끗이 손질하기 시작하신다.

"거 뭐하시게요?"
"너무 오래 둬서... 손질해서 먹을려고...."
"네..에...."

그렇게 해서 커다란 늙은 호박 한덩이를 놓고 세 식구가 둘러앉는다.
이미 바래진 갈색빛 거죽 호박을 네 동강 내고 나서 안을 보니
속살은 노오란 오렌지 빛깔이다.

씨앗을 발라내고 세 식구는 각자 한동강이씩 끓어앉아서는
숟가락 하나씩을 들고 호박을 긁어내기 시작한다.

박박...쓱쓱...빡빡...끄윽끄윽...

그렇게 숟가락을 든지 5분이 채 지났을까...
내 검지는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속도는 떨어지기 시작한다.
요령이 부족한 탓이다.

나보다는 아부지가 조금 낫고, 아부지보다는 엄니가 훨~ 실력이 좋다.

그러는 사이 긁어낸 고슬고슬한 노오란 오렌지 호박 속살이 한 그릇 가득 쌓여간다.
달콤한 호박 내음과 함께.

어렴풋이 '푸치니'의 오페라 <자니 스키키>에서의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그 노랫소리를 들으며 호박 긁기에 여념이 없는 세 식구의 모냥새가 우습기도 하고 좋아보이기도 한다.

노오란 오렌지 호박 속살이 가득 담긴 그릇에 소금과 노란 설탕이 솔솔 뿌려지고
하얀 밀가루가 들어가 엄니 손맛이 들어가고 나면
기름쳐진 후라이팬에 동그란 호박전이 부쳐진다.

노릇노릇 노오랗게 동그란 호박전은 꼭 해바라기 같다.
해바라기 모냥 호박전은 옆집 아주머니네에도 가고
윗집 할머니댁에도 가고 또 다른 아저씨네집에도 전해진다.

색바래져 있던 늙은 호박 껍질은 동강동강 내져
그 거죽색만큼이나 바래진색의 호박물로 달여지고,
오렌지색 호박 속살에 대롱대롱 달려져 있던 씨앗은 다시 볶아져 나온다.

호박 한덩이에는 버릴게 하나 없다.

호박 한덩이만큼이나 풍성하고 맛있는 오후,
여름이 가고 있다.

***

호박전은 색이 세번 바뀐다.
처음엔 노오란 오렌지 색이었다가
두번짼 옅은 연어속살색으로
마지막엔 해바라기색으로 변한다.

늙은 호박전을 직접 만들어 보시면 그 맛만큼이나 달콤한 색깔도 구경할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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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통통한 토끼님의 댓글

  • 통통한 토끼
  • 작성일
와~~ 늙은 호박으로 전을 부쳐먹는구낭.. 전 호박죽뿐이 몰랐는데.. 무척 맛나겠어요.. ^^

주유님의 댓글

  • 주유
  • 작성일
따뜻한 색을 품은 수채화같은 글이군.

shyun님의 댓글

  • shyun
  • 작성일
할수만 있다면 글이 아닌 맛을 보여드리고 싶은 맘이 꿀떡같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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