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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한번 나는 때밀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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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simp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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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푹 좀 쉬었으면...
시간은 기다리는 자에겐 너무 길고 즐기는 자에겐 너무 짧다고 했듯이
잠자는 시간은 왜그렇게 짧게만 느껴지는지..

집을 나서면서 느낀 따뜻한 햇살은 하루를 기대하게 했다.

서울역에 도착하고는 약속시간까지는 20분이 남았다.
평소에는 시야가 참 좁다가... 그렇게 20분동안 세상을 찬찬히 둘러 볼수
있는 것도 좋았다.

전철에서 가끔 뵙는 숙자아저씨의 집이 서울역이란걸 그제서야 알수 있었다
항상 무언가를 중얼거리시는 아저씨였는데... 무슨 사연이 있을지...

오늘은 한달에 한번 내가 때밀이가 되는 날이다.
역에서 기차가 출발하기전 오늘은 어떤 녀석을 밀어주게 될까 잠시 생각해본다.

봄기운 완연한 일요일 한낮의 기차여행
차창밖으로 달리는 기차에서 봄풍경을 느낄새도 없이 어느새 파주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만난것도 아니면서 무슨 수다를 그렇게..떨었는지... 전생에 녀석과
나는 이야기를 못했던 형벌을 받았음에 틀림 없다

보육원에 도착하고 조금 지나 꼬맹이들이 소리치며 들어 온다.
목욕탕 아저씨들이다 ~

녀석들에겐 우리가 목욕탕 아저씨들로 비춰진게다. 한달에 한번 보육원에 오면서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한번 보고는 죄다. 목욕탕 가서 때를 밀었으니 녀석들에게
우리는 때밀이 아저씨들로 보였을 터였다. 물론 오늘도 때를 밀러 간다.

손에 손을 잡고 한명 혹은 두명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삼삼오오 목욕탕으로 향했다
애초의 계획은 두팀으로 나누어 탕속에서 놀아주는 팀과 적당히 때를 불린후 탕
밖에서 때밀이가 되는 팀으로 나누어 아이들을 관리하기로 했지만.....

어른 한명이 아이들 한명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벌써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물을 붓고 떨어진 칫솔을 주워 이를 닦는척 하고
위험하게도 면도기를 주워서 만지작 하는 녀석들까지...

칫솔든 녀석을 말리고 돌아서면 비누거품 가득한 거품타올을 탕속에다 첨벙거리고
녀석을 챙기고 돌아서면 또한 녀석이 샤워기에서 뜨거운물에 놀라 기겁을 하고
아무튼 정신 없이 세명의 아이들의 때를 밀었다. 녀석들도 나의 때를 밀겠다고 덤
벼든다 ... 하지만 슬금슬금 간지럽히는거 같은게 우습기만 하다.

한번 두번 횟수를 더해감에 따라 아이들이 따가워 하는 곳 간지러워 하는 곳 아이들
이 참을 수 있는 시간등을 익혀온 터라 아이들을 목욕시키는게 한결 쉬웠다.
이제 완전히 아동전문 때밀러가 된것이다.

먼저 나온 아이들은 한손에는 음료수를 들고 입안가득 맥반석찐겨란을 입이 터져라
우겨 넣고 있었다. 어찌그리 잘먹는지 겨란한판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꼬맹이가 되어 저렇게 우겨 넣고 싶어진다. 나도 그랬던 것
처럼 말이다.

목욕을 마치고 봄기운이 완연한 들녁..사실은 두엄냄세가 향긋(?)한 그런 봄냄세다
을 지나쳐 보육원으로 돌아 왔다 아이들이 저녁을 먹기전까진 시간이 있어 녀석들의
방으로 놀아주러 갔다. 녀석들의 이름을 계속 물어가며 기억하려 하는데 자꾸만 미안
하게 헷갈린다. 어쨌든 나올때 쯤엔 거의 다 외우게 된것 같다.

저녁시간이 되어 녀석들을 식당으로 바래다 주고 나오려는데 상민이 녀석이 쳐다보며
한마디 한다.

"형 다음에 또 올거지?"
"물론이지 다음엔 소풍가자"

녀석은 히죽웃으며 식당으로 성큼성큼 들어간다.
이별에 익숙한 아이들 언제나 그렇듯 또 고맙고 미안하다.

별다른 프로그램이 없어 매번 목욕탕을 가긴 했지만 벌거벗고 녀석들을 만나는게
기분이 참 좋다. 벗고 보면 사람은 다 똑같으니까 ~그리고 녀석들의 때를 밀면서
웃음 짓게 된다.

녀석들의 때를 밀고 있지만 사실은 내마음에 때를 미는 시간이라고...
그래서 한달에 한번 나는 즐거운 때밀러가 된다고...

[2003.03.24] from simplian


art-0303.jpg

Childhood - Steve Barak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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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nicky님의 댓글

  • nicky
  • 작성일
아 신기하다 신기하다.. 저런 글자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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