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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럽지원고 | 제3영상의 도전의식, 큐브(c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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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하늘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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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뽀 영화관람기] 제3영상의 도전의식, 큐브(cube)


질문을 하나 던진다.
집단 속에선 반드시 그것을 지배하려는 자와 지배당하지 않으려는 자, 그리고 방관하는 자가 생기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가?

이 질문에 동물적 본능을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싶다. 사회가 크던 작던지 간에 거기엔 강자와 약자 그리고 중간자의 위치를 가진 군(群)이 형성되는 것이 수학공식의 법칙처럼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에 말이다.

영화 '큐브'는 어렸을 적 가지고 놀던 정육면체의 분할된 네모진 조각면을 숫자나 색깔을 일치시켜 맞추었던 장난감을 연상하면 된다. 달라진 것은 그 밀폐된 공간 속에 인간들이 들어가고 네모진 공간 안엔 옆 조각으로 이동할 한면당 하나의 여섯개의 맨홀이 있지만 그 중 출구로 죽지 않을 수 있는 통로는 단 하나밖에 없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거기서부터 긴장감은 시작이 된다. 누구를 통해서 어떻게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를 거대한 큐브 안에 공상이 아닌 현실로 그들은 존재한다.

큐브를 보는 순간부터 긴장감을 잃지 않았다. SF호러스릴러라는 이야기와 큐브라는 틀속에 갇혀 그것을 탈출해 나가는 인간의 도전이 어떤 영화를 만들며 어떤 공포로 다가설지 사뭇 진지했던게 사실이다.

영화의 도입부부터 음악과 주인공들의 출현 그리고 수학적 도형이 가득찬 큐브 안은 묘한 분위기의 긴장감을 연출해 낸다. 무언가 갑자기 쏟아질듯한 긴장, 자신들이 왜 그곳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제각각의 직업과 인생관을 가진 사람들, 그곳에 음산한 큐브의 기계음들이 조마조마한 심장소리와 가느다란 숨소리를 만들어낸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부터 공포물에 대한 긴장감은 풀리기 시작한다. 비명을 지르기엔 인물들간의 대립과 큐브를 벗어나기 위한 숫자놀음이 복잡하고 진지하다.

인간이 가지는 파과본성과 살고자 하는 욕구 그리고 자신을 합리화 시키고자 하며 이기적인 본성을 드러내는 인간군을 제각기 형성하면서 사회에 대한 편견과 사회가 가지고 있는 도덕성마저 비판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더더욱 진지해지며 배우들의 연기 또한 하나하나 실타래를 풀 듯 각자의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감독은 새로운 탈출구를 찾으려 했던 듯 싶다. 허리우드적인 영화들의 그렇고 그런 시나리오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의 파괴적인 장르의 영화를 창출하고 싶었던 듯 영화는 비트있는 음악과 색색의 공간을 가진 큐브, 수적인 도형, 인간군의 진지함, 사회를 향한 비판, 그리고 순수한 열정에 대한 희망까지를 쏟아붓고자 한다. 긴장감으로 영화적 재미마저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겐 그 긴장을 끝까지 이어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준다.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야기 전개는 관객이 생각하는대로 따라 흐르며 극적인 반전도 미약하고 처음의 신선했던 광기는 흐려져 버린다.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영화적 상상력을 갖고 있는 이에게 치명적인 관람이 될 것이기에 상상은 당신에게 맡긴다. 흥미로운 사실은 큐브 안에 갇힌 사람들의 직업과 가치관, 그리고 그들의 가정사이다. 각각의 평이하면서도 독특한 칼라를 지닌 그들의 직업은 경찰, 의사, 희대의 탈옥수, 수학적 천재소녀인 학생, 도덕적관념을 상실한 건축가, 그리고 자폐아들이다.

유심히 그들을 관찰하기를 주저하지 말라. 모두가 평등한 큐브 안에서 그들은 절박하게 되고 인간의 본성과 그들이 가진 모습은 우리사회를 둘러싼 이기의 상징이 된다. 힘센 자가 규칙을 세우고 규정을 지키게 하려 하며, 듣지 않는 자에겐 스스로 규정지은 규칙에 어긋남으로 인한 폭력을 가차없이 휘둘러대고 모질고 찢겨진 우울증과 상대의 치부를 들어내는 비열함, 필요한 존재만을 남게 하려는 속임수, 그리고 아무 이유도 없고 가치도 없는 단지 재미로 주어진 테러 속에 갇힌 사람들의 항변과 그것을 만든 자의 무책임, 그리고 자신이 가진 생각 외엔 다른 것을 보지 않으려는 자폐아...

큐브는 시종일관 기계음으로 움직이고 우리는 하나하나 퍼즐을 맞추며 원점으로 돌아오는 자신을 느낄 것이다. 그 긴장감이 꾸준히 지속되어지지 않는 부족함에도 인간군을 대변하는 배우의 캐릭터는 독특하며 가슴을 찌르는 맛이 있다.

만약 당신이 홍콩영화나 빅히트 '매트릭스' 같은 영화의 가볍고 황당한 재미에 푹 빠진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좀더 진지하게 영화를 따라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는 재미를 찾는 관객이라면 숨죽이듯 그들의 행동과 항변에 귀기울여 보라. 최고의 수작은 아닐지라도 새로움을 맛보기엔 충분하다.

무대뽀 영화 관람평 : 별다섯 개 중 ★★★☆


▶참고:

큐브는 5억미만의 저예산 영화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관객들은 큐브가 저예산의 영화라는 점을 느끼지 못할 만큼 카메라 연출과 공간이 뛰어나게 창출되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몇 만개의 공간에 달하는 큐브 안 속의 공간들은 사실 한 공간을 연속촬영한 기법으로 관객이 주목해서 볼만한 점이다. 3억 5천 정도를 들인 이 영화는 인터넷 상에 상영되었고, 그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200억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더럽지 : http://www.thero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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