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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기행5] 나닥을 가다(2) -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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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하늘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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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제목 : 하늘풍경의 인도기행 “인도로 떠나니 내가 보이네”

소제목 : ■ [하늘풍경의인도기행] 나닥을 가다 [2] -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


레에 도착하자마자 허기진 배를 채웠다.
티벳탄 식당을 찾았는데, 익히 알던 모모(일종의 만두)와 샌둑(국과 면이
있는 티벳음식)을 시켜 지친 몸과 마음을 다듬을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자리를 일어나 숙소를 찾는 일 부터 시작해야 했다.
가방을 메고 거리를 나서 몇걸음 걷고나니 3500m의 고지대 영향인지
약간의 어지럼증과 천근 만근처럼 발내딛기가 힘든 일시적인 경험을
해야 했다.
20m 쯤의 계단을 올라서니 한시간 가량 산을 오른것처럼 가슴이 가쁘고,
숨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질 정도이다.
서서히 적응이 되겠지 하며,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나서야 조금씩
증세가 가라앉았다.

적응이 좀 빠른 일행 두사람이 숙소를 알아보러 간 사이에 나와 남은
일행 두명은 우리사회에 대한 이야길 하였다.

일반적인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부족함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결국 경제적인 부를 획득하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거였다.
사회에 적응하면서 느끼는 한계감을 깨닫게 된다는 거였고, 그 생각과
좀 다른 내 생각이 약간의 논쟁을 가져왔다.
이루고자 하고 성취하고자 하는 사람이 얻을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다는 평소 지론을 밝혔고, 아직 젊은 우리들이 스스로를 한계
짓는다면 결코 자신이 원하는 것에 도달하기는 힘들것이라는 거였다.

여행 중에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면 생기는 속내들은 때론 논쟁과
동감이 교차하기 마련이고, 그 속에서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판단이
나와 다른 점을 깨닫는 좋은 기회를 부여하기도 한다.

레의 숙소와 한적한 레의 정취가 마음에 들었다.
숙소 앞엔 파라솔에 정원이 있어, 마음놓고 책을 읽거나 차한잔에 담소를
나눌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레에서의 삼일간은 인도에서 구입한 버너에 닭을 잡아 닭도리탕과 현지의 무와
고추가루를 이용한 김치, 그리고 스프와 인도산 면을 이용한 비빔면등을
해먹는 여유로움도 가질수 있었다.

첫날의 여장을 풀고선 티벳왕궁의 터에 올라가 보았다.
시내의 한켠에 위치한 왕궁터는 옛 영화를 누렸을 티벳인들의 흔적을
남겨놓았고, 그곳의 높은 성곽에선 올망졸망 모여있는 레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빼놓을수 없이 히말라야산맥엔 설경이 병풍처럼 레를
감싸안고 있었다.

왕궁으로 들어가는덴 10불의 입장료가 있어서, 겉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였고, 내려오던 길에 작은 창고 같은 곳에 불상이 있고, 사방이
부처님의 모습이 그려진 곳이 있어서 불쑥 들어갔는데, 어느새 뒤에선
승려가 티켓을 끊어주며, 20Ru(1Ru 약 30원)를 요구했다.
이왕 들어섰으니 물러설수 없어서 티켓을 끊고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한국 절과는 다른 조그맣고 아담한 곳은 별다른 감흥을 주진 못했다.
관광지로서의 개발후라서인지 곳곳의 사원들이  종교적 신뢰성을 상실
하고 돈을 목적으로 한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해서 아쉬움을 갖게했다.
어딜가나 돈을 요구하는 종교사원들에게서 좀더 신성함을
얻고 싶다고 하는것이 내 욕심이라고 해야하는건지 대답없는 질문을
되뇌였다.

왕궁을 내려와선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레의 생태연구소의 금요일 비디오
상영을 보기로 했다. 정작 생태연구소엔 도서실과 수공예점만이 있고,
비디오 상영은 부녀복지연맹(NGO)의 복지관에서 좀더 늦은 시간에
한다는 이야길 듣고, 생태연구소를 느긋히 둘러보았다.

도서실에 들어가보니 레 지역 여성들이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한켠에 조용히 앉아있다가 사진을 같이 찍어줄것을 부탁하니 웃으며
흔쾌히 응해주었다. 한국말을 알려달라고 하여,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를 말해주니 곧잘 따라하는 모습이 어느정도 소양을 갖춘 여성들임을
알수 있었다. 그들의 친절함을 느끼며  도서실을 나와 수공예점에 들르니
나닥키들의 전통적인 삶을 보여주는 여러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물품들의 투박함이 엿보이지만, 그네들의 삶이 농경 중심이었던듯
전통옷과 복조리등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  한국의 고전 농경사회의 문화와  많이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녀복지연맹은 아담한 집에 여성들이 주로 이야길 나누고 있었고,
큰방에 비디오가 TV 와 함께 놓여져 있다.
'Auciet Futures'라는 나닥키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책을 근간으로 만들어진 비디오를 상영해 줌을 알았다.
한시간 가량이 흐른 후 상영시간이 되자 어느새 외국인들로 방안이
꽉 들어찼다. 그곳을 관장하는 외국여인이 나닥키의 의상을 입고 비디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끝난 후 자유로운 토론을 할 것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영화는 한시간 가량 상영되었으며, 저자인 듯한 여성이 나닥키들과의
대화를 이끌어 가고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대사들은 영어로
처리되어 상영되었다.


--- 나닥키들의 공동체적인 삶이 자본주의의 유입으로 혼란스러워지고 있으며,
--- 교육받은 나닥키 젊은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가 알맹이 없는 삶이 만들어
--- 지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그들은 독립과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 가야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서구의 문명유입이 결국 나닥키들의 공동체
--- 적인 삶을 흐트러 놓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 그들은 그들 스스로의 자립적인 삶을 희망하며 그에 맞는 노력을 필요로
--- 하고 있다
--- [ 하늘풍경 여행 일지에서 ]


영어로 이야기된 화면을 통해 전달받은 느낌이 정확하진 않지만,
'오래전 미래'라는 레가 개방되기 전과 개방된 후의 모습을 취재하고,
조사했던 미국인 여류저자의 관점에서 조명된 비디오테잎은
제3자의 눈에서 조명된 나닥키들의 삶의 모습임을 벗어날 수 없는
아쉬움을 가져야 했다.  이들의 삶은 나닥의 문화에서 자란 학자로 스스로
조명되어져야 할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그 시기가 좀더 빨리 오기를 바라게 된다.

나닥에서의 두번째 날은 인더스강을 배경으로 한 레프팅을 하게 되었다.
호사스런 행동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보긴 했지만, 인도의 큰 물결을
이루는 인더스강에 성큼 다가선다는 매력을 포기하긴 어려웠고, 국내비용
으로 약 2만원 정도(750루피)선이었기에 경험해보기로 하였다.
넓은 인더스강의 레프팅은 한국의 한탄강 같은 급류를 맛볼순 없었다.
간혹 이루어지는 급살에 몸이 튕겨져 나가기도 했지만, 3시간여의 시간동안
인더스강과 조화를 이루는 고산의 절경을 보는 정취가 색다른 맛이었다.

인더스강을 배경으로 먹은 점심은 탈리였는데, 처음으로 손으로 집어
라이스와 짜파티 그리고 달(소스)을 곁들여 손으로 집어 먹었다.
인도에서도 관광객들이 많아져서인지 음식을 먹을때 빠짐없이 수저를 내놓
곤 하는데, 인더스강에서 만큼은 인도인의 문화적 습성에 한발자국 더
다가가고픈 마음이 들었다.  생각보다 손맛을 느끼면서 먹는 밥맛은 좋았
다. 기분도 좋고 경치도 좋고 밥맛도 좋으니 한껏 마음이 부푸는 듯 했다.
즐거움을 갖고자 하는 사람이 더욱 큰 즐거움을 맛볼수 있다는 나름의
진리를 확인하는 시간이 된 듯 싶었다.  모든 일행이 다 즐거움을 맛본
것은 아니기에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들게 된다.

레에선 하루를 더 머물며, 느긋한 시간을 가졌다.
북인도의 여행이란 것이 주로 휴양지를 배경으로한 관광지가 많다보니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편의 불편함과 많은 경유시간을 제외하면,
지역에 머무는 동안 편안하고 한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누릴수 있는듯
하다. 원하면 산야와 강을 배경으로 한 여러가지 레져시설들이 확보되어
있어 구미에 맞는 레포츠를 즐길수 있는 것도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날 저녁엔 나닥키들의 전통춤을 관람하였다.
사실 인도인들의 화려한 전통춤을 보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했기에 그런
무용을 기대하며, 자리했는데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남자들의 풍물소리와
오가는 사람들을 보니 그 기대는 어긋난듯 싶었다.

전통춤이 시작되면서, 4명의 남자들과 6명의 여자들이 남 녀를 구분해
각각 전통춤을 보여주고 또 같이 짝을 이루는 춤들을 보여주었는데,
농경이 중심이 되어있는 나닥키들의 춤은 추수와 재배에 관련된 움직임이
적고 소박함이 있는 농경의 춤을 보여주었다.
간혹 한국의 농경사회에서 행해졌던 움직임이 적은 전통춤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수 있고, 그들이 입는 전통의상 역시 투박하며, 소박함을
갖춘 의상들로 꾸며졌다. 춤추는 남자들과 여자들도 조예깊은 무용수라기
보다 옆집 아저씨와 아낙네들 같은 모습으로 다가서 부담없이 볼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엔딩은 한국의 마지막 춤사위들이 관객과 함께 하며
어우러짐을 끝으로 하듯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작은 춤동작들과 피리, 북소
리등이 어우러진 동그란 원속에 구경하던 관광객들을 불러들여 5분정도
흥겹게 같이 어우러지는 시간을 갖는것으로 공연을 마쳤다.

이들의 문화가 인도와는 또다른 문화영역을 가지고 있음을 알수 있는
부분이었다.

레를 출발해 킬롱에서 하루를 묵고 마날리로 향하는 동안 나닥키들에 대한
생각과 인도인에 대한 낙천성과 포용성을 생각해 보았다.
처음 인도를 출발하기전 들었던 인도인들의 낙천성과 다종교 다인종이
섞인 조화로움을 이야기 했던 사람들이 어떤 시각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헤아려 보게 된것이다.

다름살라에서의 티벳탄들과 레의 나닥키들을 보면, 그들은 인도에서도
소수민족에 가까우며, 사람이 살기도 힘들 정도의 척박한 토양에 그 뿌리를
내리고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이 처음에 그곳을 갈고 닦고 나름의
주도권을 가지게 되었을 즘에 문호가 개방되고 관광지로 부상하여, 많은
달러가 유입되면서 애초에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위로 인도인들이
들어서게 되었다. 주요 상권을 장악하게 된것은 인도인이고 소수민족들은
그들의 아주 적은 부분을 차지하거나 그 밑바탕의 척박한 생활을 맡게
된 것이다.  과연 이런 모습들이 융화나 조화라고 할 수 있을것인가라는
자문을 던져 보았다. 
내가 들었던 인도의 조화로움 한켠엔 소수민족들에 대한 멸시와 박해라는
부분이 오래전에 자리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거기엔 차별이 있고,
현재는 평이하게 받아들여지는 불평등이 존재 하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사회를 비롯해 모든 인간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병폐 중에 하나가 아니던가?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부질없는 시선이 되어짐을 느낀다면
오만함이 될수도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인도의 오랜전통과 문화
에 대한 한편의 이해없이 섣불리 평가되는 인도와 자국에 대한 판단과
견해들이 아쉽게만 여겨졌다.

여행자의 눈으로 히말라야를 배경으로한 오아시스 같은 마을과 사람들을
아름답게만 보지만, 그 안엔 뼈아프게 삶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있음을
간과해선 안될듯 싶었다.

인도를 떠나면서 두권의 책을 친구와 나눠보기로 하였다.
한권은 한국인 교수가 쓴 인도문화에 대한 편견을 이해시키기 위한 수필이었고, 한권은 미국인 학자가 쓴 인도의 근대역사와 문화,자연, 종교등에 대한 폭넓은 학술지식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두 책과 더불어 가이드북을 통해서 조금씩 많은 것을 알게 된 것이 인도를
조금이라도 바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역을 지나면서, 종교 문화의 산지를 보면서, 시대의 유적에서 비추어진
인도는 조금씩 윤곽을 나타내며 내 생각 속에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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