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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기행6] 마날리길의 "very very cold,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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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하늘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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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제목 : 하늘풍경의 인도기행 “인도로 떠나니 내가 보이네”
>
>소제목 : ■ [하늘풍경의인도기행] 마날리길의 "very very cold, please!!!"


 인도 사람들은 알수 없는 의식을 가졌다고 여행자들은 느끼게 된다.
나 역시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것은 그들이 보여주는 행동들에서 느끼는 것인데,
선량한 얼굴을 한 이들의 입에서 거침없이 거짓말이 나오거나, 지극히 종교적인
사람들이면서도 간교한 상술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려 하는 것을 보면, 이들이
종교를 믿는 사람들인가 조차를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만나자 마자 우리는 친구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며, 물건을 내놓는 선한 얼굴들.
서너배 이상은 물건 가격을 올려놓고도 정당한 가격이라며 박박 우기거나,
잘못된 점을 조목조목 꺼집어내면 "No Problem"이라며 금새 배시시 웃어버리
기도 한다.
그들은 여자여행객을 만나면 사진을 찍자고 하는데, 허락이 되는 순간엔
어느새 팔이 여행객의 목을 휘감고 있으며, 한껏 흥이 나있는 모습을 보게된다.
자국의 여인네에겐 결코 할 수 없는 것들을 여행객을 통해 대담하게 하는걸
보면, 철저하게 이분법 적으로 자국의 사람들과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를 나눠서
생각하는 지도 모를일이다.

끊임없이 흥정을 하는 사람들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여행객은
점점 재미를 잃어가고, 그것조차 이국적인 재미라 여기는 사람은 유쾌한 마음으로 어설픈
이들의 거짓말을 받아주는 곳이 인도 여행의 맛이라고 할까?

3500M 고지의 레를 벗어나 마날리까진 1박 2일의 시간이 걸렸으며,
소남마르그에서 카르길을 거쳐 레로 올라가는 길보다 더 험한 시간을 견뎌야 했다.
일단, 5000M가 넘는 산지대를 넘어서는 동안 잘 닦여지진 않은 길들을 구비구비
돌아 오르거나 내려가는데다 때론 알래스카산맥의 눈이 녹아 내려 흐르는 계곡물을
가로질러 버스가 지나기도 하기에 여간 위험하고 아찔한 마음이 드는것이
아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어렵사리 얻은 세미디럭스 버스의 맨뒷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창문 한쪽이 깨져 고산의 매서운 바람과 먼지들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것이 참기 힘들었다.
새벽에 출발한 버스에서 맞는 창가의 바람은 살을 에이는듯 했다.
침낭을 꺼내 머리까지 완전히 뒤집어 쓰는 해프닝을 겪었지만, 햇살이 나는 정오가 되기 전까지의 시간은 여전히 서늘한 바람을 피하기가 힘들었다.

잠시 쉬는 동안 버스의 컨덕터(버스안의 관리자)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난색을 표하는 그가 가져다 준것은 사과박스의 한쪽면으로 흙덩이가 듬성듬성
묻어나 있는것인데다 창문을 다 가리지도 못하는 힘없는 종이였다.
아침엔 서늘한 바람에 오후엔 회오리 흙먼지에 정신없이 찝찝함을 느끼면서도
여행의 맛이라 위안하며, 중간경유지 킬롱에 도착했다.

킬롱에서 컨덕터에게 "very very cold, please!!" 라고 하며 창문을 가리키니 내일이면 문제없이
해주겠다며 걱정말라고 한다.  몇 번을 되물으며 다짐을 받으니 "no problem"이라고
하는 그를 믿어야할지 의심스러워 운전기사에게도 같은 당부를 해두었다.

다음날 새벽 4시, 부시시한 얼굴로 칠흙같은 어둠의 나그네별들을 올려다보며,
버스에 다가섰을때 '역시나~' 하는 절망(?)을 겪어야 했다.
여전히 창문은 바람이 통하는 통풍구 구실을 완벽하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컨덕터를 찾아 어제의 이야기를 되뇌이며, 어찌된것이냐를 물으니 그는
배시시 웃으며, 충분히 문제가 있는 "no problem"을 다시 되뇌이며, 내게 어제
주었던 사과박스 종이를 가르키는 것이었다.

"no problem, no problem 으~ all problem!!"
허허... 공허한 웃음으로 그냥 넘길 밖에..

킬롱에서 마날리 가는 길의 새벽은 여전히 악몽과도 같았다.
너무 추웠고, 비좁은 자리에 최대한 잠을 청하려고 노력한 시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마날리로 내려가는 동안에 아침 구름과 함께 하는 산맥의
절경들이 화폭에 담긴 그림처럼 마음을 유혹한 것이다.

깎아지른 절벽에 폭포가 떨어지고 독수리 한쌍이 낮은 구름과 어울려 구비구비
도는 버스길에 따라 가리워졌다 보여졌다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기에
말이다.

마날리로 오는 길중에 너무나 아쉬웠던건 눈을 만져볼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시기에 따라 이맘때 쯤이면 산맥을 넘어갈때 눈을 보고 만질수 있는데, 올해는
날이 더워 우리가 지나는 길에 눈이 다 녹아 손에 잡힐듯 산에 걸터져있는
하얀눈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날리로 접어들었다. 레의 풀한포기 없는 전경과 달리 마날리는 몇백년은
족히 될듯한 침엽수림의 공원과 사과나무가 많고 나무가 울창한 곳이었다.
인도인의 휴양지로 불린다고 하는 것처럼 타지역의 인도인들이 많이 모이는듯
했고,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음인지 버스스탠드(버스터미널과 같은 의미) 주변의
상점들이 비교적 세련되고, 옷가게 진열된 옷들이 마네킹등을 통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타지역에 비해 패션거리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나 할까?

마날리는 올드마날리와 뉴마날리로 나눠져있으며, 무료온천욕과 삼림공원 그리고, 폭포와 어울린 산, 사과나무숲, 각종 레져(패러글라이딩,트레킹,래프팅등)를 즐길수 있는 곳으로 산과 어울린 계곡을 벗삼아 편히 쉴수 있는 지역이었다.

비교적 성수기를 피하면, 호텔급 숙소(더블룸,온수,욕실)를 150루피(한화 4500원정도)에도 잡을 수 있어서 편히 쉴 수 있으며, 특별한 볼거린 없어도 가까이
있는 산들을 따라 산책하는 묘미가 있는 아담하고 한적한 휴양지라고 할수있다.
교통은 300루피면 하루 오토바이를 빌릴 수 있어서 많은 여행객들이 거리를
휘젖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이 숙소로 잡은 곳은 올드마날리로 오르는 길에 있는 호텔급 숙소였다.  역시 다리품을 팔면 좋은 곳을 고를 수 있다고, 시끄러운 먹거리 거리에서
벗어나 시장과 조금 거리가 있는 올드마날리 길의 호텔들을 둘러보니
시설이나 전망등이 좋고 조용한 숙소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중 금액이 저렴하면서
전망이 있는 곳을 택해 짐을 풀곤 올드마날리길을 거친 짧은 산행을 가게되었다.


[다음이야기]
 마날리 산행에서 만난 알프스소녀 하이디(?)와 바가지를 쓰고 산 어부복
 바지이야기, 뉴델리행 디럭스버스 짐꾼과의 실갱이 이야기등을 전해드립니다.



 
 



* 하늘풍경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2-10-1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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