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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기행8] 마날리 정류장에서의 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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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하늘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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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풍경의 인도기행 8] 마날리 정류장의 결투

숲속의 휴양지 마날리의 짧은 일정이 지나갔다.
이제 북인도의 여정을 마치고, 뉴델리로 돌아가 중부인도를 여행하게 될 것이다.


아쉬움 많은 마날리에선 하루밤이었지만, 여유로운 산행과 특별한 소녀와의 만남이 있었다.사과나무에서 탐스런 사과의 특별한 맛을 감상하기도 했고, 여행의 여독을 푸는 달콤한 럼주에 그동안의 허심탄회한 감정을 털어놓는 여행자들만의 특별한 시간도 가졌다.  길고 긴 이야기 끝에 날이 밝았고, 우리 일행은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뉴델리행 디럭스버스를 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차편의 시간은 오후 3시경.

남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마날리의 시민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5루피(한국돈 약 150원)의 입장료를 받고 들어간 공원은 몇백년은 족히 됐을 침엽수림이 산림욕이 가능할 만큼 빼곡히 들어서 있는 자연의 풍요로움이 있었다.  그네나 시소가 있는 시설은 안전장치가 없을뿐이지 한국의 놀이터를 닯아있다.
일행들이 바위턱에 자리를 잡고 쉬는 동안, 나는 혼자서 나무 사이를 걸었다.
계곡을 끼고 있는 공원은 울창한 숲길과 계곡의 시원스러움이 잘 조화를 이룬다.
잠시 조용히 걸으며, 사랑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니 어느새 헤어진 옛 여자친구와 그립기만 한 사람들의 얼굴 그리고 사귐을 갖기엔 너무 먼 거리에 있는 사람에 대한 생각들을 절로 갖게 된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 때쯤 내가 있는 곳이 한국인지 인도인지 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자연은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슬며시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칼을 말아올리는데, 그 기분이 나쁘지 않다.

왜 사람은 사람을 그리워하게 되어있을까?

뜻하지 않는 물음을 던져볼 수 있을만큼 자연속의 나는 여유롭기만 했다.


시간이 되어갈쯤 버스 정거장으로 향했다.
길가던 길에 소떼와 말들이 몰이꾼에 의해 도로를 점거 하고 있다.
송아지를 밴 암소가 다리를 끌며 뛰어가는 모습이 애처롭다.

시내의 쓰레기를 먹으며, 퀭한 눈을 보이던 소들이 뛰는 모습을 보니 그나마 생기가 있는 모습이지만, 애처로운 마음은 가시지가 않는다.
그래도, 온갖 가축과 문명의 차종들이 섞여 점거되고 있는 도로를 보니 헛웃음을 감출수가 없다.

우리가 탈 버스에 도착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큰 짐은 뒤 트렁크에 넣도록 되어있는데, 나이든 짐꾼이 나서서 짐을 받는다.  가방당 5루피씩을 받아야만 받아주는 짐꾼의 모양이 그동안의 좋은 기분을 언짢게 만들었다.


한켠에 영국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짐꾼을 노려보고 있다.
우리들 역시 짐꾼이 사라지기까지 기다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짐을 내려놓고, 5루피씩 주고 실으라는 짐꾼의 말에 그냥 웃어주며 ‘No!’ 라고 말했다.

마날리가 제법 휴양지여서인지 깔끔한 인도인들이 많다.
그들은 순순히 5루피씩을 짐꾼에게 건넨다.
우리 일행 중 인도를 와본 경험이 있는 동생이 인도인들도 낸다면 별수 없다며, 지불을 하자고 말했지만, 친구와 나는 괘씸한 생각에 먼저 타라고 해놓곤, 자리에 버티고 짐꾼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

대충 짐들이 적재되고, 차가 떠날 시간이 가까워지니 짐꾼이 내려와 자리를 비운다.
친구와 나는 다섯개의 짐을 트렁크에 실었고, 옆에서 보던 영국인 역시 큰 짐을 실었다.

그런데, 잠시 후 다시 온 짐꾼이 우리에게 화를 내며, 트렁크에 올라타 우리의 짐을 바깥으로 내던질 시늉을 하며, 트렁크 끝단에 걸어놓는다.
괘씸한 생각에 팔짱을 끼고, 눈살을 찌푸리며 쏘아보고 있는데, 다른 짐꾼과 달리 그런 상황에 익숙했던지 우리의 짐 두개를 바닥에 던져 내려놓는다.

황당함에 씨익 웃어주는 순간 친구가 다가가 가방을 들어올려, 짐꾼이 있는 트렁크로 되던지며, “맘대로 해봐, 어디 해보자구” 하며, 눈을 쳐다보니, 짐꾼 역시 황당했던지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를 째려본다.  그 상황을 보던 외국인들도 지쳤던지 셈을 치르고 차에 탑승을 하고 남은건 우리뿐인데, 가방을 던지진 않았지만, 끈질기게 25루피를 내라며, “트웬티파이브”를 외친다.


차시간이 거의 다됐다.  우리가 여전히 트렁크를 바라보며, 탑승하지 않자 짐꾼이 내려 우리들 때문에 트렁크를 닫지 못해서 차가 출발하지 못한다며 핀잔을 준다.

더 황당한건 차가 트렁크를 열어놓은채 우리를 두고 20여미터를 움직이는 것이었다.
불합리한 것을 알면서도 운전사와 짐꾼은 서로 잘 협조되는 동조자였다.
우리는 천천히 뒤를 따라갔다.

잠시 가던 차가 선다.
우리를 쳐다보는 짐꾼의 눈을 부릅뜬 눈으로 되받았다.

다행인지 모르지만, 그 사이 영국인 젊은 연인 두 사람이 내렸다.
그들은 트렁크로 와서 우리의 무언의 실갱이를 아는듯 자신들이 두개의 짐값을 치렀으니,
그것으로 우리의 셈을 “same” 하라며, 자신들은 이 차를 타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젊은 여성은 클레임을 걸 것이라며, 짐꾼에게 야유를 보냈다.


아마도 그네들이 차를 잘못 탔던 것으로 보였다.
그들이 가방을 메고 획 가버리고 나니 짐꾼도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우리를 흘끗 쳐다보곤 말없이 내려서 트렁크를 닫았다.

우리는 고쳐지지 않는 고질적이며 상습적인 디럭스 버스에서의 짐꾼들의 행위들이 빨리 근절되기를 바랬다.  인도에서의 좋은 느낌을 그런 소소한 문제들로 퇴색되는 것이 안타까웠기에…

결국, 버스안에서 짐비를 내지 않은 사람은 운전자와 우리들 뿐이었다.
그네들의 문화를 그렇게 까지 실갱이 할 필요가 있겠냐고 혹자는 말하겠지만, 매번 외국인이기에 당해야하는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당연하지 않다’ 라는 점도 인식시켜주고 싶었다. 

마날리에서 생긴 이날의 눈싸움은 아마 인도를 잊지 못하는 한가지 이유가 될 듯 싶었다.


[다음이야기]

>> 저녁으로 먹게 된 샌들 두 켤레의 에피소드를 들려드립니다.

* 하늘풍경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2-10-1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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