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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따여사세상소리] 목 장갑에 묻은 파자욱의 의미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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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하늘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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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군은 이제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그는 서른을 넘어섰고, 이제 막 재롱을 부리는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있다.







그의 학창시절, 그러니까 1980년대, 90년대에 걸쳐 그의 부모님은 음식점을 경영하셨다.


학생인 그는 어머님을 도와드렸고, 점심때와 저녁때 격일 혹은 삼일에 한번 채소를 대주는 리어카 아저씨를 알게 된 것은 그때 부터였다.



삐쩍마른 몸에 거의 60에 가까울 것 같은 연세로 보이는 아저씨는 리어카에 야채를 재어놓고, 그 동네의 음식점들을 누비며, 채소를 팔았다.


젊은 사람도 힘들 것 같은 리어카를 목장갑을 끼고, 심줄이 툭툭 튀어나온 뼈 앙상한 팔뚝의 힘으로, 온몸을 고추 세우고, 끌어가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움이 먼저 앞서곤 했다.



어느날 부턴가 아저씨가 오게 되면, 시원한 물한잔을 드리게 된 효성군은 아저씨와 좀더 친한 사이가 되었다.

자식이 있어 일을 그만하라고 하지만, 그래도 힘 닿는 데까진 일을 해야 한다며, 좁은 미간을 활짝 펴 웃는 모습을 보면, 이내 그의 마음도 풀리곤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트럭으로 운영하는 채소 차량들이 많아졌다.

효성군도 졸업을 하게 되고, 그의 생활은 집보다 외부 활동이 더 많아지게 되었다.



그가 채소 아저씨의 기억을 잊어갈 때 쯤, 우연히 그는 아저씨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어느날 우연히 집으로 가는 버스 창가에 기대 멍하니 거리를 바라보던 그는 낯익은 모습을 보게 되었다.


채소아저씨.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아저씨는 여전히 말라 있었고, 가느다란 팔뚝에 힘을 준 채, 낡은 모자로 햇볕을 막고, 초록의 야채가 담뿍 담긴 리어카를 끌고 도로를 따라 가고 있었다.



젊은 사람의 걷는 걸음으로도, 자신의 집까지 족히 30~40 분이 넘는 거리를 리어카를 끌며 가는 아저씨를 보며, 그는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단순히 힘들겠지라고 생각하기만 했던 아저씨의 때묻은 목장갑에 묻은 '파' 조각들이 삶의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만들어진 명예 훈장이라는 것을…



아저씨의 이마에 맺힌 송글송글한 땀방울의 값진 의미를 그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이제 어엿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이제는 십여년이 넘은 기억이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그 생생한 기억을 교훈 삼으며, 아이에게 먹는 음식 하나, 입는 옷 한벌이 어떤 땀방울로 만들어졌으며, 값지게 느껴야 하는 것 인지를 간간히 일깨워주고 있다.



그는 지금도 야채아저씨를 만났던 기억을 고마워 하고 있다.




「 당신은 목 장갑에 묻은 파자욱의 의미를 아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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