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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따여사세상소리] 그녀의 아름답고 투박한 손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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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하늘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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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로 가는 답사길 이었습니다.
당일 코스 였기에 아침에 부산을 떨면서 차로 향했고, 기다리는 사람들에 합류해서 부산히 차를 오르려 할 때, 어려 보이는 두 학생을 보았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3학년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은 별로 말없이 묵묵히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옆에 별로 가꾸어 본적 없어보이는 모습으로 한 아주머니가 그들의 어머니인 듯 아이들의 두 손을 꼭 쥐곤, 답사를 주관하는 선생님께 연신 부탁 드린다며, 잘 다녀올 수 있게 해달라는 말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함께 떠나게 된 어린 두 친구.

어른에게도 생소하며 어려울 수 있는 옛 이야기의 유적을 따라가는 여행에 무슨 재미를 느낄까 의문이 생깁니다.



차가 유적지에 도착하고, 모인 20여명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 선생님을 따라 답사 여행을 떠납니다.

탑을 둘러보고 그 역사의 흔적이 남게 된 오래된 이야기들을 전해 들으면서 저마다 감탄사를 터뜨리는데, 흘낏 아이들을 보니 또래의 부산하고 어리광 짙은 모습이 아닌 조금은 무심하고 조금은 진지하게 이야길 듣고 있었습니다.



마침 길을 같이 걷게 되어 아이들에게 "재밌니?" 라고 물었습니다.

눈이 크고 안경을 끼어 똘똘하게 보이는 형인 아이가 "아니요? 아주 재밌진 않지만 들을 만해요." 라고 말을 합니다. 더 작은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죠.



둘이 답사를 다녀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캠프나 답사 같은 거 다녀요. 엄마가 그런 곳에 많이 보내주세요"

그래서 어머니는 오늘 왜 안 왔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일해요. 그래서 같이 못 왔어요"

라고 합니다.



두 아이의 의젓함도 대견했지만, 그 어머니가 궁금해졌습니다.

저도 힘들게 결정해서 따라온 답사 여행길을 아이 둘만 보낼 줄 아는 어머니는 어떤 분일까?

아이 손을 붙잡고, 선생님께 부탁을 드리던 그 분은 세상물정 모르며, 시키는 일밖에 모르고, 그저 온순하기만 하실 거 같고, 배운 것도 많지 않을 거 같은 느낌이셨는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번째 답사를 가던 때에 어머니와 두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시장에서 행상을 하시며, 두 아이 뒷바라지를 하고 계셨는데, 본인은 못 배우셨지만, 아이들 만큼은 옳게 배우길 원하신다며, 꼭 공부만이 아니라 이런 답사들을 통해 견문도 넓히고 우리 것도 알아야 좋은 거 아니냐며 제게 반문 하셨습니다.



가을철이 지나갈 무렵이었지만 갈대가 황금색깔로 너무나 이쁘게 보이던 곳에서 저는 모자간의 사진을 찍어주기로 했습니다.

환하게 웃는 엄마와 두 아이의 모습은 제 눈에 너무 아름답고 밝은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고맙다며, 밝게 웃으시는 어머니와 두 손 맞잡은 악수를 하며, 그 분의 투박한 손마디를 느꼈지만, 세상에 흔한 학식 많고 부유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아름답고 대단히 존경스런 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투박한 손마디의 온기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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