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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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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심플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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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4호선 서울 대공원역 1번 출구... 아무도 없다.
들고온 잡지를 보며 기다린다. 11시 20분이 되서야 충경이 나타난다.

예상했던데로 단 두명 입구에서 부터 배고프다는 녀석과 함께 핫도그 하나 닭꼬치
하나씩을 먹고는 서울랜드쪽 길을 택했다. 동물원쪽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는
거 같아서였다. 호수가로 돌아 가는 길에 명당을 발견하고는 너무 무리해서 일어난
일요일 아침잠을 아쉬워 하며 자고 가기로 동의한다. 준비해간 신문지를 깔고 얼마
간 잤을 무렵 햇빛이 나무에 가려 서늘한 기운에 잠을깰 수 밖에 없었다. 준비해온
김밥 세줄을 먹고는 다시 길을 따라 올라 간다.

우리가 먼저 택한 것은 현대미술관 고교시절 와서 관람하고 대학때는 미술관 앞에
서 사진만찍고 돌아 갔고 마음 편하게 볼 기회가 없었던 미술관 은 일요일을 투자해
서 돌아 볼만한 느낌을 주었다. 물론 그림을 이해해서라기 보다는 그 넓은 공간에 몇
안되는 사람들 이해하진 못하지만 저걸 그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라는 것을 상
상해 보는 것 그것이 즐거움 이었다. 생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한발짝 떨어져 무
심코 상상해 보는 여유랄까 꼭 어떤 결과에 도달하지 않아도 되고 분석도 필요 없었
으니까 잠깐 잠깐 해석해보려는 버릇이 나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쉽게 내게 시원하고
선명한 느낌을 줄 수있는 차원의 그림들도 아니었을 테고 그럴 필요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와 오랜 친구와의 담소... 동의 하지 않으나 인정해 주는 얘기
들 그리고 시덥잖치만 때론 유쾌한 농담... 미래에 대한 바램


이젠 동물원을 보야 하지 않을까 하며 들어선 입구에서 기가 질렸다. 도대체가 사람
들이 너무 많다 미술관에서의 여유로움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대도시의 번화한 거리
에 밀려다니는 그런 느낌으로 순식간에 전락했다. 먼 이국에서 동원된 동물들의 눈
에는 힘이 없어 보였고 그걸 보면서 즐거운 생각은 사실 들지 않았다. 어릴적엔 단
지 신기한 대상으로서 즐거웠었지만 지금은 내가 생각이 너무 많아진 탓 인지 그들
의 눈빛이 나를 즐거움을 가지기엔 다른 의미를 보내는 것 같았다.
'이봐 자네도 돌아 가면 나처럼 보여주기 위해 힘든 눈빛으로 살아갈 때가 있지 않
아?' 라는...

곧 우린 외곽 순환로를 발견했고 많은 사람들과 떨어 질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외곽
순환로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분홍빛과 하얀빛의 늘어선 벚꽃나무들 가끔씩 바람에
흩어지는 눈발 같은 벚꽃잎들 그 사이로 여러 상념들과 함께 길을 걸었다. 녀석은 뭐
가 그리 급한지 도시에서 늘 하던 버릇대로 무언가를 향해 재촉하듯 빨리 걷기도 하
고 나의 핀잔에 느릿느릿 걷는 시늉도 하고 여자하나 없는 넘들이 선수가 어쩌고
저쩌고 작업은 어쩌고 저쩌고 해가며 어설픈 순수를 강조하려 한다. 결국 되도 않는
소리란걸 알면서도 친구란 것이 좋은 것은 어쩌면 유치해 질수 있다는 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누구의 앞에서 유치해질 수 있다는 것 그만큼 경계하지 않기 때문일 테
니까

두어 시간쯤 걸었을까 리프트를 발견하고는 타고 내려 가기로 결정했다. 다리가 아
퍼서라기 보다는 높은 곳에서 동물원 정경을 바라보는것도 좋을거 같단 생각이 들었
다. 사람들은 발아래로 동물들을 즐겁게 보는 아이들 아스크림이며 핫도그며 열심
히 먹는 가족과 연인들 동물들 보다 더 재밌었다. 리프트는 상쾌한 바람과 함께 우리
를 동물원 입구 원점으로 돌려 놓아 주었다.

전철역으로 향하며 아는 녀석 몇몇에게 전화해 술이나 한잔 하자고 했다.
다들 밋밋한 가슴끼리 뭐하는 짓 이냐고 청승이라고 했지만 나름대로 즐거웠고 여유
로왔다. 봄 소풍에 그거면 족하다 생각된다. 전철을 기다리는 녀석의 책 속엔 나뭇
잎 하나가 놓여있었다. 순환로를 걸을때 뒤늦게 따라오는가 싶더니 그걸 고르느라
그랬나 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녀석은 자연에 마음을 놓고 오고 싶다더니 자연을 묻히고 오고 싶
었던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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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shyun님의 댓글

  • shyun
  • 작성일
봄소풍이라...현대미술관...조용하고 좋죠..부럽따....

etoile님의 댓글

  • etoile
  • 작성일
나도 쫌 불러주지...그랬어여...

자유로이담는우체통

알려드립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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