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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나면 기차를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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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하늘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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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 + 1 비둘기호를 타고 가던 날 밤이었다 주머니엔 돈 만원. 앞에 보고 있는 녀석은 간현으로 가는 긴시간, 무심히 밤풍경을 보고 있다. 그녀석에게도 돈 만원. 넓직한 가방엔 낫과 장갑, 묘를 다듬질할 장구들이 들어있었다. 시원한 맥주. 위험스럽지만 기차안에서 열린 문으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맥주는 그 맛이 기가 차다. 가끔 마주 웃으며, 우리는 그렇게 간현으로 갔다. 간현엔 녀석의 아버님이 조용히 잠들어계셨고, 우리가 도착한 시각 사방은 어두웠다. 차가운 아스팔트위에서 잠이 들었다. 까무룩한 밤별이 눈에 어른거리며, 녀석도 나도 번갈아 서로의 까무룩한 얼굴을 쳐다 봐주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 밤 그저 아버님의 묘가 이쯤일거라며, 낮이 되기 전엔 찾지 못하는 곳에서 서성이던 녀석. 그러고보면, 내 생각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같이 있었다는 것 뿐. 잊을수 없는 추억이 기차를 사이에 두고, 떠오르다 사라지다 떠오르다 사라지곤 한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기차 안에서 열린 문으로 넋없이 바라보며 마시던 맥주캔의 씁쓸한 맛을 느끼고 싶은 가을이다. [2003.11.07/하늘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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